조광래호가 4만여 관중 앞에서 성공적인 첫 발을 내디뎠다. 패스 플레이로 무장한 축구대표팀이 긴 원정길에 나선 나이지리아를 제압했다.

조광래 감독(56)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11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윤빛가람(20. 경남)과 최효진(27. 서울)의 연속골로 2-1 승리를 거뒀다.

지난 달 2010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나이지리아와 무승부를 거두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던 한국은 49일만에 가진 리턴 매치에서 짜릿한 승리를 맛봤다.

허정무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조광래 감독은 자신의 대표팀 데뷔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스리백 전술을 시험하겠다던 조 감독은 이 날 박주영(25. AS모나코)을 최전방에 둔 3-4-3 전술을 들고 나왔다.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조영철(21. 니가타)이 측면에서 공격을 지원했고 기성용(21. 셀틱)과 윤빛가람이 공수 조율의 역할을 담당했다.

좌우 미드필드 자리에는 그동안 풀백으로 활약했던 이영표(33. 알 힐랄), 최효진이 포진했다.

수비진은 이정수(30. 알 사드), 곽태휘(29. 교토상가), 김영권(21. FC도쿄)이 선발 출전했고 이운재(37. 수원)가 마지막으로 골키퍼 장갑을 끼었다.

남아공월드컵에서의 설욕을 위해 리턴매치를 강하게 원했던 나이지리아는 발 빠른 오바페미 마르틴스(26. 루빈 카잔)를 필두로 한 4-4-1-1 전술로 경기를 시작했다.

경기 초반 주도권은 한국이 가져왔다. 빠르고 간결한 패스로 재무장한 한국은 과감한 침투패스로 여러 차례 기회를 엿봤다.

전반 5분 윤빛가람의 슈팅으로 기선을 제압한 한국은 7분 뒤 기성용의 프리킥을 받은 곽태휘의 헤딩슛이 골대를 살짝 넘어가며 아쉬움을 남겼다.

주도권을 놓지 않던 한국은 전반 16분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조광래 감독의 애제자인 윤빛가람이 그 주인공이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스로잉을 이어받은 윤빛가람은 절묘한 오른발 트래핑으로 수비수 한 명을 따돌린 뒤 골키퍼 오른손을 때리는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조 감독의 부름을 받고 대표팀에 합류한 윤빛가람은 대표팀 데뷔 17분 만에 골을 만들어내며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나이지리아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선제골을 허용한 뒤 공격 비중을 높인 나이지리아는 전반 26분 칼루 우체(28. 알메리아)의 프리킥을 피터 오뎀윈지(29. 로코모티브 모스크바)가 머리로 받아 넣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한국은 이틀간 중점적으로 연습했던 창조적인 패스를 내세워 나이지리아 수비진을 교란시켰고 마침내 전반 종료 직전 결과물을 내놓았다.

전반 내내 공수를 오가며 활약한 최효진은 박지성의 패스를 받아 왼발슛을 차넣어 팀의 두 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완벽하게 무너뜨린 박지성의 패스와 빈 공간을 파고든 최효진의 호흡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조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곽태휘와 박지성을 빼고 홍정호(21. 제주)와 이승렬(21. 서울)을 교체 투입했다. 어린 선수들의 기량을 직접 확인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한국은 후반에도 짧은 논스톱 패스를 적극 활용해 공격을 풀어갔다. 소집 기간이 짧았던 탓에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빠른 공격 전개로의 전환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국은 후반 11분 월드컵 나이지리아전 선제골을 만들어낸 기성용-이정수 콤비가 다시 한 번 골문을 노렸지만 아쉽게 무위에 그쳤다.

조 감독은 후반 17분 패스가 좋은 백지훈(25. 수원)을 투입해 공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무더운 날씨에 지친 탓인지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전반과 같은 위용을 보여주진 못했다.

한국은 남은 시간 대부분을 공격 진영에서 보낸 끝에 그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한편, 17년 간 대표팀 골문을 지킨 이운재는 후반 시작을 앞두고 은퇴식을 가졌다. 이운재는 "매우 행복했다. 국가대표 선수로서 대한민국을 위해 뛰면서 행복했고 팬 여러분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나이지리아 평가전

한국 2 (2-1 0-0) 1 나이지리아

▲득점=윤빛가람(전 17분. 한국), 최효진(전 44분. 이상 한국), 피터 오뎀윈지(전 26분. 나이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