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수첩 ▧
1급 발암물질 석면의 누출 사고로 인천이 시끌시끌하다. 인천대학교가 도화동 옛 캠퍼스에서 건물 내부 기자재를 재활용하려고 뜯어내는 과정에서 천장 벽체(택스)가 떨어져 나왔다. 해체 작업이 진행된 건물 5개 동 중 가장 큰 본관 9층과 10층에서 이 달 초 벌어진 일이다.

여러 면에서 이번 일은 시민들에게 당혹감을 주고 있다. 우선 인천시가 인천 전역의 구도심 개발 과정에서 철저한 석면 관리 대책을 약속하던 차에 일이 터졌다. "절대 석면이 새 나가지 않게 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석면이 누출되고 있었다.

그래서 이 달 15일 있었던 캠퍼스 철거와 도화 도시개발사업 기공식은 더 당황스럽다. 시와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석면 대책을 공언했던 이 날 기공식 장소는 열 흘 남짓 전 석면이 누출된 본관 바로 앞 공터였다. 행사에 참석했던 1천여 명의 시민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역설이다. 이번 일은 인천시가 밀어붙여온 '속도전'의 종식을 요청하고 있다.

도시개발, 택지개발, 재건축·재개발, 도시재생 등등. 인천의 전방위적 개발사업은 '빨리 부수고 빨리 짓자'는 이데올로기를 근간으로 해 자가 발전했다. 세금 아끼고 은행 이자 덜 물으려면 달리 대안이 없다. 무조건 빨리 해야 한다. 그동안 많은 사업이 이런 식이었다.

하지만 그 한계와 부작용이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적잖은 사업이 무산되거나 멈춰섰고, 시민들은 개발 찬반론에 사분오열됐다.

옛 인천대 캠퍼스의 석면 누출은 이 모든 것들을 상징하는 '부표'다. 좀 천천히 가라는 주문이다. 실내 칸막이 해체 공사를 발주한 인천대는 그 건물을 수십년 간 써온 주인이다. 자칫 석면이 뜯겨 나갈 수 있다는 예상을 못했을 리 없다.

그런데도 '설마'하는 방식 속에 업체를 시켜 자재들을 뜯어냈다. 다음 달로 예정된 캠퍼스 전면 철거까지 시간이 촉박하니 그 전에 빨리 일을 마무리하려 했다는 짐작을 거둘 수 없다.

고속도로에서 차의 속도가 빨라질 수록 그에 비례해 핸들을 통제하기가 어려워진다. 순간적인 판단 착오는 곧장 대형사고가 된다. 인천의 상황도 이와 비슷해 보인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뗄 때가 왔다.
 
/노승환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