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칼럼/
상거래의 왕성과 부진은 일시적인 경기변동에 의해 성쇠가 있을 수도 있고 개인의 운세에 따라 차등이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럴 때 함부로 옮기거나 바꾸게 되면 더 힘들어지게 된다.

오랜 단골인 K가 그동안 소식이 없더니 모처럼 찾아와서 사업 운을 물었다. 이(履)괘 초효를 얻었기에, 초효는 처음 밟아가는 과정이므로, 본디 있는 그대로를 이행하면 허물이 없다는 뜻이다. 소(素)는 바탕색이 흰 것을 뜻하니 소리왕(素履往)이란 주어진 본바탕 그대로 순진무구하게 나아가야 함을 말한다. 초효가 동하면 감수(坎水)의 험함이다. 험한 처지에서도 조급히 움직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자신을 닦아나가라는 주된 내용이다. 또한 상괘 乾(아버지), 하괘 兌(작은딸)로 딸이 아버지를 따라 가는 상으로, 조심스럽게 부친으로부터 전해져 온 가업을 이행하는 것을 자신의 의무로 알고 이행함을 변경키 말고 굳게 지켜나가라는 효사의 뜻이 담겨져 있다.

"그만 두는 것이라면 몰라도 함부로 경거망동하고 바꾸면 안 되는데."

초효의 효사가 소리. 왕무구.(素履. 往无咎: 소박하게 밟아 가면 가서 허물이 없으리라) 리(履)괘는 상괘는 하늘(乾)이요, 하괘가 兌(澤) 연못이니 천택(天澤)의 상이며, 하늘은 위에 있고, 못은 아래에 있어서 위아래를 구별할 줄 아는 것이고, 못 속에 있는 하늘은 진짜 하늘로 알아서는 안 되듯이, 질서를 지키고 예절을 지키는 괘이다. 그러므로 괘사에 이호미. 불질인. 형(호랑이 꼬리를 밟더라도 사람을 물지 않으니 형통하리라)

호랑이 꼬리를 밟더라도 삼가 조심하고 예를 지키면 사람을 물지 않는다는 말은 모두 예를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무릇 사람이 예의 법도를 준수하여 행한다면 비록 위험한 곳에 있을지라도 해가 없는 것이니 이는 마치 범의 꼬리를 밟았더라도 물리지 않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리(履)괘에서 나타내고 있는 뜻이다. 아울러 지나 온 행실을 되돌아보고 공과 허물을 살핀다는 뜻 역시 필자부터 가슴에 담아야 하는 내용으로 이(履)괘가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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