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560 )
인천 문화예술계에 한동안 뜬금 없는 '동북아 바람'이 불어대더니, 최근에는 '프랑스 바람'이다. 알리앙스 프랑세즈 개설, 프랑스 영화주간 개최 등에 이어 지지난주에는 웬 낯선 프랑스 화가의 도서 판화전까지 열렸다.

이 바람들이 어느 언덕을 넘어 인천까지 불어오고 있는 지는 모르나, 광복 이후 최근까지 문화원을 개설할 만큼 상호 교류를 해 왔던 것도 아니요, 역사적으로 지역의 한불 관계사를 천착해 본 일도 없던 처지였다.

청국, 일본, 러시아, 영국이 인천에 영사관을 설치하기 전, 프랑스와는 불행하게 조우했던 일이 있었다. 병인양요 때였다. 그러나 그때 그들은 이 땅에 약탈과 방화로 얼룩진 역사적 기억을 우리에게 남기고 떠났다.
그 후 한 세기여가 지난 시점에서 양국은 교류 진전의 호기를 맞았다. 미테랑 대통령이 한국에 '떼제베'를 팔면서 약탈해 갔던 '외규장각 도서'을 반환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이다. 그러나 말의 성찬(盛饌) 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목하 불고 있는 '프랑스 바람'은 어순이 뒤바뀐 문장처럼 어색하다. '꼬레앙'들에게 일방적으로 내뱉는 비음처럼 들리기도 한다. 군홧발로 문화를 뭉갰던 그들이 자국 문화는 자랑하고 있는 꼴이다.
최근 한국 등 7개국이 이집트에서 '문화재 반환 국제회의'를 열고, 약탈 문화재 환수 방안을 논의했다는 소식이다. 이들이 작성한 '우선반환유물목록'에 '외규장각 도서'가 들어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정작 피해를 본 인천에서는 묵묵부답이다.

사람이든, 국가든 사귐에는 최소한의 자존심을 가져야 한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