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의 눈 ▧
주민 직선 교육감이 선출된 이후 경기교육이 세상이야기의 중심에 서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념논쟁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 좋았던 것만은 아니지만, 교육문제가 많은 사람들에게 거론되면서 학교교육이 나아가야 할 바에 대한 진지한 모색, 서로 다른 입장의 논의는 나름 중요한 소득이었다. 그러면서도 일각에서 우려를 보냈던 것은 이념이나 구호에 매몰돼 현장교육을 도외시하지 않을까란 부분이었는데 지금까지는 현실적인 감각을 잃지 않는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그 가운데 고3 진학지도를 맡고 있는 입장이다 보니 특히 눈여겨지는 것이 바로 '대입제도변화대책특별위원회'의 운영이다. 이미 지난해 도교육청은 진학지도지원단을 중심으로 진학지도 매뉴얼의 제작, 배부 및 관련사이트의 개설, 권역별 입시설명회의 개최 등 현장 중심 활동으로 입시지도 면에서 다른 시도교육청보다 한 발 앞서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그런 성과를 바탕으로 입시에서 더욱 효과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설치, 운영할 계획이라고 하니 반가운 마음에 현장경험을 보태 당부의견으로 덧붙이고자 한다.
우선 학교현장에서 입시지도를 하는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는데 주력해 달라는 것이다. 공립학교의 경우 매년 2월이면 교사들의 근무지 이동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고3 담임교사나 진학부장이 전출하게 되면 그간의 입시지도 역량이 연결성을 갖지 못하고 끊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 고3 담임의 경우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담임 맡기를 기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고3 진용을 짜기가 어려워 어려움이 발생하곤 한다.
이런 상황이니 진학지도지원단이나 특별위원회의 구성은 반가운 일이나, 아직까지는 정보제공 단계에 머물러 있는 정도라고 여겨진다. 제공된 정보를 활용하고 운용할 수 있는 숙련된 능력을 갖춘 교사들을 양성하기 위해 학교별로 2~3인 이상의 전문교사를 지정, 육성하고 매년 그 인재풀을 확대하는 방식을 도입한다면, 다양화, 복잡화되는 입시체제에 전문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두번째로 진학지도지원단에 전임교사 및 행정요원을 확대해 지원업무를 강화할 것을 제안한다. 진학지도지원단에서 활동하는 교사에게 잦은 회의나 출장은 뜻하지 않게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불러올 수 있고, 동료교사와의 융화에도 문제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권역별 담당자들 역시 장소대관 문제, 소요경비에 대한 정산, 학교와의 연락체계 구축 등으로 업무상 과부하가 걸려 정작 본연의 임무라 할 수 있는 수업은 그 준비가 부실해지는 경우도 많았던 사례가 있다. 교사들이 꼭 해야 하는 전문영역이 아닌 행정지원은 행정요원을 따로 배정해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세번째로 입학사정관제의 확대에 따라 단위학교별, 권역별, 도 단위의 교과교육 및 봉사활동 특성화 프로그램 개발이나 지도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대학이 입학정원의 10% 정도를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고 있지만 점차 그 비율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하니 지금처럼 안정된 프로그램 없이 야간자율학습이나 보충수업, 심화학습만으로 대학입시를 대비하는 것은 결코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행 입시체제에 대해 이런저런 비판의 얘기도 많다. 그렇다고 그런 비판 때문에 학생들의 대학입시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 도교육청은 다른 시도교육청보다 훨씬 조직적인 입시 지원체제를 구축해 교사,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진학정보 제공, 상담 등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해 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간의 성과는 마땅히 칭찬받을 일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직접 학생들을 책임지고 지도하는 담임교사들의 입시지도 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고3 담임교사를 기피하는 현상이 왜 나타났는지, 지원 업무라는 명목으로 업무 부담이 더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진중한 고민이 요구된다.


이동훈 경기서원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