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눈
언제부터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나는 새벽2~3시에 잠이 깨는 버릇이 생겼다. 저녁 9시에 자든, 12시에 자든 새벽2~3시만 되면, 나도 모르게 잠이 깨고 정신이 맑아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새벽잠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나도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도 해 보았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어느 누구는 기쁨이 충만하여 무엇인가 열심히 해야겠다는 열정으로 잠을 잘 수가 없어서 깨진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는 근심과 걱정 그리고 업무의 부담으로 잠이 깨는 것같다.
항상 잠들기 전 내일을 걱정하고, 내일 할 일을 챙기느라 머릿속으로 생각하면서 잠을 잔 것이 무의식중에 나를 깨우게 하는 것같다. 중요한 일이건, 중요하지 않은 일이건 생각이 났을 때, 즉시 메모하지 않으면 아침에 기억도 나지 않고, 마음이 엄청 찝찝해진다. 그래서 항상 머리맡에 메모지와 필기구를 비치해 놓는다. 그러나 막상 일어나면 딱히 할 일도 많지 않다. 그래서 생각했던 몇가지를 정리하고, 빈둥대거나 내가 좋아하는 화초를 돌보다가 어렵게, 어렵게 다시 잠을 청하곤 한다. 그래서 아침이면 항상 피곤하고, 머리가 맑지 않았다. 그것이 불만이고, 불행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한번 잠들면 아침에 깬다고 하고, 잠을 잘 자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여 항상 걱정이 되었다. 식구들이 자는 시간에 일어나 수선스럽게 하면 방해가 될 것같아 조심스럽게 일어나고, 불도 제대로 켜지 못하고 조용조용히 다닌다. 그러다보니 힘들고 불만이 쌓여, 나는 참 불행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생각이 달라졌다.
모든 일은 생각하기에,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한다. 인간의 행, 불행도 마음먹기에 달렸고, 이왕이면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행복해지는 것이요,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불행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똑같은 상황에서도 행복과 불행은 바뀌는 것이다. 행복은 '복된 좋은 운수', '욕구가 충족되어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상태'라고, 불행은 '행복하지 못함', '언짢은 일을 당하는 일'이라고 풀이되어있다. 요즘 모 방송국의 개그프로에 행복전도사라는 개그맨이 행복에 대해 비유와 역설적인 표현으로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이루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수많은 상황에서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역설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비결인 것같다. 아브라함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충족단계를 5단계로 나누어 생리적 욕구, 안전욕구, 소속의 욕구, 존경의 욕구, 그리고 자아실현의 욕구로 나누어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고 하였다. 가장 기초적 욕구가 생리적 욕구로서 먹고, 배설하고, 잠을 자는 욕구이다. 모든 것이 다 중요하지만 잠을 잘 자는 것이 행복이다. 그래서 범인을 고문할 때 잠을 재우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가 졸음이 올때 따뜻한 아랫목이나 침대에서 아기가 엄마품에서 잠드는 것같은 행복감을 느낀다. 그래서 잠이 꿀맛이고, 보약이라고 한다.
이렇게 고통스럽고, 불만족스러웠던 새벽에 잠이 깨는 것도 생각하기에 따라서 행복으로 바뀔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잠들었을 때, 나 혼자 깨여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구의 간섭도 없이 혼자생각하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나만의 즐겁고, 행복한 그래서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었고, 새벽에 일찍 일어난다는 것이 불만이나, 불행이 아니라 기쁨이고, 신나는 일로 바뀌었다.
새벽에 잠이 깨는 것은 아주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한숨 더 잘 수 있다는 것이고, 하루에 잠자는 행복감을 두 번 느낄 수 있게 하는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 한번 자지만, 나는 하루에 두번 잠을 자는 행복한 남자다. 마음먹기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바뀔 수 있고,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비결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교육이 중요한 것같다.


/최종설 인천시중앙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