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전인 1989년 1월 12일. 본보는 사회면 박스 기사로 길병원에서의 '네 쌍둥이 자매의 탄생 소식'을 독자들께 전한 바 있다. 당시 이길여 이사장은 산모의 가정형편이 어렵다는 것을 듣고 병원비를 지원해 주었다.

그와 함께 향후 네 딸의 대학교 등록비 지원을 약속했는데 2006년에 그를 지켰다. 또 간호사 공부를 하면 채용하겠다며 3년간의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였고, 이번엔 약속대로 그들을 길병원의 새 식구로 맞아들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이 이사장은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짧지 않은 새월 동안 네 쌍둥이 자매와 한 약속들을 푸른 솔 같이 변치 않고 지켜 곤고로운 이 세상의 삶을 훈훈하게 만들어 주었다.

세상은 약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약속의 결합체가 세상인 것이다. 그리고 그 약속들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무언의 선언을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우리는 약속을 떡 먹듯이 하고, 쉽사리 잊기 다반사다.

남쳔과 아내,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 친구와 친구, 대통령과 국민, 의원과 유권자, 시장과 시민-그 사이의 크고작은 약속을 과연 우리는 얼마나 지키며 살아왔는지 뒤돌아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약속을 함부로 할 일은 아니다. 생각보다 지키기 어렵고, 한두 번 저버리면 스스로 '신불자(信不者)'가 되고 만다. 특히 증자(曾子)의 말처럼 아랫사람과의 약속은 그것이 '금석맹약(金石盟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따라 배우기 때문이다. 이길여 이사장과 네 쌍둥이 숙녀가 각기 실현한 약속이 화제가 되는 소이가 여기에 있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