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회) 글·사진=황규광 동양탄소고문
2008년 8월 15일 (금, 제20일) <2의 1>

오늘은 이번 인도네시아여행이 끝나는 날이다. 벌써 20일이 지나갔다. 아침기온은 24℃로 덥지 않다. 이번 여행은 적도아래를 지나다녔으나 더위로 고생하지 않았다. 오늘은 덴파사르 근교를 둘러보고 오늘밤 자정 조금 지나서 떠나는 비행기로 귀국길에 오른다.

이곳 덴파사르(Denpasar)는「북의 시장」이라는 뜻이며 발리 주의 주도(州都)이다. 이곳은 농산물의 큰 집산지이다. 먼저 9년 전에 건립되었다는 '뿌자 만다라'에 갔다.

현지가이드에게 박물관에 가자고 해서 도착한 곳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이곳은 박물관이 아니라 독립기념탑이다. 현지가이드에게 싫은 소리를 했더니 한국관광객을 이곳으로 안내하면 모두 박물관이라고 말한다고 변명한다. 박물관은 museum이고 이곳은 monument tower(기념탑)라고 나무라니 한국 사람들이 박물관으로 가자고 할 때 이곳으로 데리고 오면 아무소리 안 한다고 변명한다. 아마 신혼여행 온 사람들은 사진 찍기 좋은 곳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진짜 발리박물관에 왔다. 1932년에 개관한 이 박물관은 마당에 들어서자 발리 여러 곳의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이 나타났다. 건물자체에서 궁전과 사원, 두 가지 양식을 볼 수 있는 4개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건물자체만 보아도 역사적인 가치가 있다. 네 개의 건물에 발리 섬의 역사 및 의식 등이 전시되어 있다. 고대의 농기구, 장식품, 공예품도 전시되고 있다. 혼례의장은 고대와 현재를 비교할 수 있어 역사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상당히 오랜 옛날의 석기 및 청동기, 발리 섬에서 사용되던 '청동 칼'과 총, 장례용품, 석관, 그 외 발리미술품도 많이 수장하고 있으며 거대한 벽화도 있다.

오후에 덴파사르 서쪽에 있는 따바난(Tabanan)으로 갔다. 이 일대는 발리 최대의 벼농사지대로 아름다운 계단식 논이 계속 이어진다. 경사면을 이용한 계단식 논은 마치 미술품과 같다. 발리 섬 남쪽에 튀어나온 바둥 반도의 서해안으로 갔다. 현지가이드로부터 이곳에서는 안경이나 카메라 등 소지품을 조심하라는 심심한 당부가 있었다. 원숭이들이 관광객의 안경이나 카메라를 뺏는다고 한다. 우리들은 설마 그럴까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해안의 절벽근처로 가니, 오후 늦은 시간이어서 해는 수평선 위에 낮게 걸치고 있다. 이곳은 해가 질 무렵의 경관이 더 아름다우며 울루와뚜(Uluwatu) 사원, '따나 롯 (Tanah Lot)' 사원'빠삐용의 절벽'이 있어 더욱 유명한 곳이다.

할리우드 명작영화 빠삐용(Papillon, 1973)의 마지막에 바다로 탈출하는 장면을 촬영한 절벽이 이곳에 있다. 나는 이 영화를 여러 번 보았다. 액션스타 '스티브 맥퀸'(1930-1980)의 명연기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가 뛰어내리던 75m 치솟은 절벽이 왼쪽 멀리 보인다. 나는 한동안 눈을 감고 그 때의 영화장면을 되돌아보았다.
그 때, 옆에 있던 길석환 선생이 앗!! 하고 소리 지른다. 절벽의 울타리에 있던 원숭이가 길석환 선생이 끼고 있던 색안경을 낚아채 갔다. 안경을 달라고 쫓아갔으나 원숭이는 울타리 위를 요리조리 도망 다닌다. 현지인 아주머니가 와서 바나나를 주니 안경은 놓고 바나나를 받는다. 그런데 안경은 땅에 떨어지지 않고 절벽아래 바다로 떨어져버렸다. 이번에는 옆에 있던 남자가 다가와서 안경을 주어다 주겠다고 한다.「얼마냐?」고 물으니 $50를 달라고 하기에 포기하고 말았다.

한참 후 또 다른 원숭이가 K선생의 안경을 뺏어 갔다. K선생은 버스에서 내리기 전 원숭이를 조심하라고 우리에게 주의를 시키던 여행사 간부이다. 그런 그가 안경을 뺏겼다. 근처에 있던 아주머니가 원숭이에게 바나나를 주니 안경을 돌려주었다. 당연히 안경을 찾아 주었으니 아주머니는 팁을 받는다. 이 원숭이들은 '안경 뺏기 훈련'을 받았으며 이 부근의 현지인들은 원숭이와 한패다. 돈을 버는 방법도 정말 여러 가지다. 그러나 이곳의 경치는 정말 아름답다. 특히 오후 늦은 시간에 오면 울루와뚜 사원, '따나 롯' 사원, '빠삐용의 절벽이 어울린 석양을 볼 수 있어,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