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길 쉽게 가라" 기원하며 높은 곳에 시체 매장…
2008년 8월 13일 (수, 제18일) <2의 2>

오후 3시, 늦은 점심식사(24℃)를 마치고 '란떼빠오'의 남쪽에 있는 '께떼 께수'(Kete Kesu)의 전통가옥 마을을 보러갔다. 이곳도 오래된 똥꼬난이 남아있는 마을로 마을자체가 하나의 박물관으로 공개되고 있으며 마을전체가 예술품과 같다. 똥꼬난은 둥글고 굵은 기둥에 바쳐진 고상식(高床式)으로 양끝은 뱃머리와 같이 하늘높이 휘어져 있다. 벽에 붙인 널빤지는 여러 가지 색으로 그린 채색문양으로 메워지고 정면위에는 시각을 알리는 수탉, 그 아래에는 물소의 문양이 좌우대칭으로 그려져 있다. 전체무게를 지탱하는 정면의 기둥에는 수 십 개의 '물소 뿔'을 부착해 놓고 있다. 똥꼬난의 지붕에는 두 개로 쪼갠 대나무가 여러 층으로 쌓아올려져 있으며, 그 지붕에는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짐작이 간다. 요즘 지은 똥꼬난은 대나무 대신 양철지붕도 많아졌다.

똥꼬난(Tonkonan)의 방향은 남북으로 정연하게 늘어서있다. 큰 것이 '똥꼬난'이고, 반대편에는 똥꼬난과 같은 모양이지만 작은 것이 있으며 '아랑'이라고 부르는 곡식창고이다. 벼농사민족에 있어 곡식창고는 한낱 수확물의 수납장소만은 아니다. 곡식은 정중하게 다루어야 하며 넣고 꺼낼 때는 여러 가지 금기(禁忌)가 따르는 성역이다.

똥꼬난의 어원은 '죽은 자의 예배에 참가하여 앉는 곳'이라는 뜻이다. 왕족과 귀족계급의 똥꼬난 벽면은 조각과 채색이 요란하다. 현관기둥에는 물소조각이 새겨졌으며 장례식 때 잡은 물소의 뿔이 부착되어 있다. 똥꼬난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시킬 정도로 예술작품이다. 또라자에서 400년 전에 지은 똥꼬난도 볼 수 있다.

똥꼬난은 신발을 신고 방으로 드나들게 되어 있으므로 바닥은 더럽다. 이 전통가옥은 겉은 아름다우나 집안에서 실제생활은 문명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굴뚝이 없으므로 자연환기여서 방안에는 늘 연기가 차서 눈병이 많다고 한다. 또라족들이 선형주택에 집착하는 것은 이들 민족의 바다를 건너온 기념비(記念碑)이기 때문이다.

마을 뒤 묘지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부자들의 큼직하고 독립된 똥꼬난 형식의 묘가 있다. 그 안쪽 산길에 들어서니 암벽에 매달린 관, 암벽을 뚫고 넣은 관, 배 모양의 관, 돼지 모양의 관 등 발 디딜 틈 없이 관이란 관은 모두 여기에 있다. 오래된 관은 일부분이 부서지고 백골이 노출되어 있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풍장(風葬)이다.

'란떼빠오'에서 6Km 남쪽에 있는 론다(Londa) 마을 바위산의 자연종류동굴이 묘지로 이용되고 있었다. 암벽의 테라스위에는 죽음을 상징하는 목각인형 따우따우(tau tau)가 우리들을 지긋이 내려다보고 있다. 또한 암벽에는 관이 매달려 있기도 하고, 암벽 옆 구석진 곳에는 관이나 사람의 뼈가 여기저기 흩어지고 있어 음침한 분위기다. 아세칠렌 램프를 든 안내인을 따라 종류동굴 속으로 들어가니 여기저기 놓을 수 있는 곳이면 아무데나 관이 놓여있다. 동굴 안은 미끄럽고 좁아서 이대로 더 들어가다가는 사고가 일어날 것 같아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도로 나왔다.

'란떼빠오'의 남쪽 10Km에 있는 레모(Lemo) 마을에 갔다. 이곳은 또라자를 대표하는 '암굴 묘'(岩窟墓)가 있는 곳이다. 평풍처럼 높이 솟은 석회암 암벽에 네모난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고 아파트 베란다와 같이 난간이 달린 테라스에는 머리에 터번(turban)을 두르고 흰 옷을 입은 '따우따우'(죽은 자의 목각인형)가 일렬로 서있다.

시체는 판자로 뚜껑을 한 구멍에 들어 있으나 쉽게 천국에 올라갈 수 있도록 높은 곳에 매장하는 관습이 생겼다고 한다. 이와 같이 암벽의 높은 곳의 묘는 왕족이나 부자들의 묘가 많다. '따우따우'가 줄지어 서있는 암벽묘의 왼쪽 좁은 길에 올라가니 구멍만 뚫린 암벽 묘가 나타났다. 이것은 서민들의 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