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회) 글·사진=황규광 동양탄소고문
2008년 8월 13일 (수, 제18일) <2의 1>

아침기온은 19℃로 어제아침과 비슷하다. 오늘은 어제 못 본 또라자의 여러 곳을 많이 보려고 한다. 먼저 바자르에 갔다. 바자르 입구의 중학교 옆을 지나가는데 수업 중인 여학생들이 와!! 하고 소리를 지른다. 인도네시아도 교육열이 높아 어디를 가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자주 만났다. 언제 보아도 바자르는 활기차다. 대나무에 묶인 돼지도 있다. 이 돼지는 초상집의 제물로 가져가는 돼지들이다. 16년 전에 왔을 때는 많이 보이던 남자들이 입는 통치마, 룽기(Lungi)를 입은 사람을 지금까지는 가끔 보았으나, 이 시장에는 룽기를 입은 남자들이 많이 눈에 띈다.

깐도라(Kandora) 산으로 올라가면 전망이 좋은 전망대가 있다고 하여 대나무가 우거진 산길을 트레킹하기 시작했다. 한참 걸어서 해발940m까지 올라갔다가 포기하고 내려가기로 했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오늘 보아야 할 곳을 모두 소화하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내려가는 길에서 바구니를 메고 지팡이를 짚은 맨발의 꼬부랑 할머니를 만났다. 어디 가느냐고 물으니 시장에 간다고 하기에 우리와 같은 방향이어서 우리 버스에 태웠다. 산길을 내려올 때는 맨발이던 할머니가 버스를 탈 때는 어느새 신발을 신고 있었다.

할머니!!,「우리와 같이 코리어로 갑시다.」라고 누군가가 할머니에게 말을 건넸다. 할머니는 대답하기를 나는 나이가 많아 갈 수 없다고 한다.「할머니는 몇 살인가요?」라고 나이를 물으니 서슴지 않고 모른다고 대답한다.

우리일행은 모두 놀랬으나 나는 놀라지 않았다. 이곳은 적도 바로 아래로 해가 바뀌어도 계절의 변화가 없다. 이런 산 속에 사는 할머니가 해가 바뀌는 것도 모르고 산다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라뿡(Sarapung) 마을에 갔다. 이곳은 유아를 큰 나무줄기에 매장하는 리안·삐아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리안·삐아에 사용되는 나무는 흰 수액이 많이 나오는 나무이며, 죽은 아기를 나무에 매장하는 것은 아기가 저세상에서도 밀크를 마실 수 있도록 바라는 부모의 염원(念願) 때문이다. 이와 같이 나무에 매장하는 아기는 아직 이빨이 나지 않은 유아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는 리안·삐아를 금지하고 있다.

딴빤갈로(Tanpangallo) 마을에 가니 절벽의 테라스에 따우따우(죽은 자의 목각인형)가 한 줄로 서서 우리들을 지긋이 내려다보고 있다. 그 옆에는 두개골과 백골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어 스산한 분위기다.

'따우따우'의 옷은 15년마다 새로 갈아입힌다고 한다. 이곳 강변의 동굴묘지는 자연동굴을 이용한 무덤이다.
동굴 속으로 들어가니 여기저기 놓여있는 관의 어떤 것은 삭아서 백골이 노출돼 있다. 어둡고 바위에 물기가 많아 조심조심 기어들어갔다.

또라자인들의 전통적인 무덤은 자연동굴을 이용하여 동굴 속에 관을 넣는 것. 높은 암벽에 구멍을 파서 그 속에 관을 넣거나, 암벽에 매다는 것. 똥꼬난 모양의 건물무덤 등이 있다.

높은 암벽에 구멍을 뚫고 관을 넣거나 암벽높이 관을 매다는 또라자의 풍습은 그곳이 하늘과 가까운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술라웨시 섬 또라자 지방의 장례풍습은 그 규모가 크고 사치스러운 장례로 알려지고 있으며 전통적인 장례는 높은 암벽에 구멍을 뚫은 리앙(liang)이라는 묘에 매장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리스도교를 믿는 사람이 급속하게 늘면서 또라자의 전통적인 '알룩 또 돌로'(Aluk To Dolo)라고 하는 정령신앙(精靈信仰)을 믿는 신자가 적어지고 있으므로 앞으로 지금과 같은 풍장(風葬)은 점차 줄어들게 될지도 모른다.

전통적인 신앙, '알룩 또 돌로'를 믿는 사람은 현재 15%밖에 되지 않으며 외래종교가 이 지역의 전통적인 신앙을 압도하고 있다. '리앙 묘'는 수십m나 되는 높은 암벽에 구멍을 뚫고 매장하며,

그 다음은 자연적으로 해체되는 것을 기다리게 된다. 또라자의 장제(葬祭), 그 자체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후원으로 관광상품화 되어 지금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수십 m 높은 암벽에 구멍뚫고 시체 매장아기가 죽으면 '큰나무 줄기'에 묻어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