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작은 프랑스 마을 쁘띠프랑스
청평댐을 따라 남이섬 방향으로 달리자면 갑자기 눈 앞에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언덕 위 하얀 집들, 금세 흘러내릴 것 같은 짙푸른 하늘, 에메랄드 빛을 머금은 청평호수, 호명산이 품은 듯한 프랑스 동화 속의 작은 마을'쁘띠 프랑스'가 있다.
'작은', '귀여운'이라는 뜻의 '쁘띠'와 프랑스 문화가 만난 '쁘띠 프랑스'.
절반쯤 자리 잡은 파란 하늘과 호명산 자락 사이에 알프스 산록 전원마을의 풍경은 보는 사람의 가슴을 두방망이질 치게 한다.
호명산에서 바라본 지중해풍의 작은 마을은 너무도 이국적이어서 '하얀'이라는 우리말보다는 '화이트(White)'라고 해야 제 격일 듯하다.

풍경화에 필요한 구도의 3요소가 변화와 통일, 균형이라고 했던가. 파란 하늘과 에메랄드 빛 호수, 프랑스 작은 마을을 옮겨 놓은 듯한 형형색색의 건물 등이 어우러지며 한국 속 프랑스 풍경화를 그려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국적인 풍경을 담으려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주말마다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또 최근 종영한 MBC 인기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어 따스한 봄날, 연인들과 아이들이 사진 찍을만한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카메라 앵글만 잘 맞추면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쁘띠프랑스'를 살포시 느껴보자.

▲생텍쥐페리 재단과 라이센스, '쁘띠프랑스'
쁘띠프랑스는 마을 전체가 생텍쥐페리 소설 〈어린왕자〉 컨셉트로 조성돼 있다. '꽃과 별, 그리고 어린왕자'가 쁘띠프랑스의 캐치프레이즈다. 특히 국내 유일로 프랑스 생텍쥐페리재단과 라이센스 계약이 돼 있다. 이 곳은 주변 산책로를 포함해서 117.357㎡ 규모로 프랑스 마을 모델로 조성됐으며 건물의 지붕이나 창, 바닥 등에 쓰인 건축자재는 물론 내부 인테리어도 프랑스 건축양식을 그대로 옮겨놨다. 프랑스 전원마을에 최대한 가깝게 건축하기 위해 프랑스 건축가의 자문을 받아 거제도의 외도를 설계한 강병근 교수가 설계했다. 쁘띠프랑스를 제대로 만끽하고 싶다면 하루를 묵으면서 여유를 갖고 천천히 둘러보는 게 나을 듯 싶다.

▲〈어린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 기념관'
쁘띠프랑스 곳곳을 걷다 보면 클래식 음악보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의 분위기가 흠씬 풍긴다. 쁘띠프랑스에는 어린왕자와 관련된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3층 건물인 생텍쥐페리 기념관에는 작가의 일대기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사진과 패널이 전시돼 있다. 작품관에는 〈어린왕자〉, 〈야간비행〉 등 그의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물론 생텍쥐페리가 직접 그린 어린왕자 그림 연인본 6점도 있다. 설립자인 한홍섭씨가 20여년 전부터 프랑스를 수십차례나 들락거리며 수집한 귀한 자료들이다. 또한 생텍쥐페리 멀티미디어실이 있어 어린왕자 등의 작품이 뮤지컬이나 영화화된 자료를 관람할 수 있다. 건물 1층에서는 어린왕자 캐릭터와 문구류, 팬시류 등 다양한 기념품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드라마의 감동, '베토벤 바이러스' 촬영장
또 다른 놓칠 수 없는 볼거리는 베토벤 바이러스 촬영지인 다목적 홀이다. 주인공 강마에(김명민 분)의 지휘실과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연습실 등은 낯익은 듯 정겹다. 지휘자실 책상에는 각종 악보가 널려 있어 드라마 속 공간을 둘러보면 주인공이 된 듯 착각에 빠지게 된다. 드라마에 노출된 쁘띠프랑스는 방영기간 주말에 3천500여명 이상의 관광객을 모았다. 이런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현재도 평일 600여명의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쁘띠프랑스 측은 베토벤 바이러스 지휘자 사무실을 영구 보존할 계획이며 극 중 김명민 지휘자가 사용했던 집기도 역시 보존할 계획이다.

▲프랑스 전원 별장을 한 눈에, '주택전시관'
낮고 하얀 담이 둘러 있는 길을 걷다 보면 150년 전에 지어진 프랑스 전통 주택전시관이 자리한다. 한 눈에 봐도 오래된 목재와 기와 등이 고풍스런 분위기를 풍긴다. 소파와 의자, 침대, 식탁, 욕조, 책 등은 모두 19세기 프랑스에서 사용하던 것이다. 특히 방 한쪽에 전시된 고풍스러운 의자는 18세기 프랑스 귀족이 사용하던 것이다. 전시관 오른편에는 각종 모형과 그림, 캐릭터 등이 전시된 갤러리가 있다. 프랑스의 국조인 수탉의 조형물도 만날 수 있다. 천장의 대들보와 서까래는 한국의 건축물과 비슷해 서로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주택전시관에서는 프랑스인이 실제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프랑스 문화를 배우는 이벤트
세계 타악기를 즉석에서 배울 수 있는 '스튜디오', '프랑스 그림전시관', '목재 놀이방', '코스프레' 등 체험공간이 마련돼 있다. 또한 어린왕자 뮤지컬을 볼 수 있는 '대극장', 국내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날 수 있는 '소극장', 오르골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오르골전시관'이 있다. 호명산과 청평호수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는 관람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쁘띠프랑스 측은 '베토벤 바이러스 악단 선발대회'를 시작으로 '어린왕자 선발 페스티벌', '쁘띠프랑스 좋은 추억이 담긴 사진전시회' 등 다양한 이벤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쁘띠프랑스 주변 남이섬과 가평 8경
쁘띠프랑스에서 14㎞ 떨어진 곳엔 인기 여행지인 남이섬이 있으며 차로 20여분이면 선착장에 도착한다. 쁘띠프랑스를 방문하는 관람객들은 꼭 남이섬을 들른다. 쁘띠프랑스 주변을 둘러싼 가평 8경은 절경을 이루고 있다. '청평호반'으로 호수를 둘러싼 호명산과 맑고 넓은 호수는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또 '호명호수'는 국내 최초로 건설된 양수식 발전소로 백두산의 천지를 연상시킨다. 바위와 계곡물이 어우러진 '용추계곡', 단풍이 절경을 뽐내는 '명지단풍', 경기도 최북단의 도마치 계곡이라 일컫는 '적목용소', 기암괴석이 장관인 운악산 '운악망경', 잣나무로 조성된 '축령백림', 계곡과 맑은 소가 이어져 등산코스로도 좋은 '유명농계' 등은 쁘띠프랑스와 한 몸을 이룬다.

▲취향대로 하룻밤, '30여개 숙박실'
쁘띠프랑스는 34개 숙박실을 갖추고 있다. 200명 가량 수용 가능하며 똑같은 모양이 하나도 없는 게 특징이다. 크기별로 온돌·침대·복층방 등으로 나뉘어 예약시 취향에 맞는 방을 선택하면 된다. 2인실 7만7천원부터 10인실 27만5천원까지 다양하다. 일반관람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 입장료는 성인 8천원, 청소년 6천원, 어린이 5천원이다. 문의 쁘띠프랑스 031-584-8200

/가평=임봉재기자 blog.itimes.co.kr/bansugi·사진제공=쁘띠프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