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광동양탄소고문의 인도네시아 여생기
2008년 8월 06일 (수, 제11일)

어제 밤에 '흰두 신'들이 사는 섬, 발리에 왔다. 이곳 사람들은 아시아 본토를 거처 인도네시아 여러 섬으로 이주해 온 선사시대민족의 자손들이다. 이들은 여러 가지 문명의 다른 점을 자기들의 정신적 가치에 맞게 만들어 오늘날까지 그 독자성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의 상인이나 여행자와 같이 들어온 힌두교와 그 가르침에 따라 이 섬에 처음으로 큰 변화가 일어났다. 옆에 있는 자와 섬의 힌두교는 발리 섬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다. 이슬람 세력에 눌려 자와 섬의 마쟈바히트 왕국이 몰락하니 몇 천, 몇 만의 힌두교성직자, 귀족, 병사, 예술가, 장인 들이 자와 섬에서 발리 섬으로 도망쳐왔다. 이것으로 발리 섬은 힌두문화가 더욱 강화되고 정착되어갔다. 그 후 곧 여러 왕국에서 봉건시대가 시작되었다. 발리 힌두교는 발리토착의 신앙과 인도불교, 힌두교가 습합(習合)된 신앙체계이며 발리사람들의 90%이상이 이에 따른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습합이란 여러 가지 철학이나 종교 등에서, 서로 다른 교리를 절충·조화시킴을 말한다.

어제 밤 묵은 발리 섬 북부의 로비나(Lovina)는 아름다운 해변과 바다에서 돌고래를 볼 수 있는 곳이나 우리들의 발리 섬 일정은 오늘과 내일뿐이어서 아침 일찍 호텔을 떠났다. 오늘은 발리 섬의 가운데를 내려가면서 여러 곳을 보고 저녁에 남쪽에 있는 예술의 중심지 우브드(Ubud)로 가려고 한다.

어제는 강행군을 했으므로 오늘아침은 조금 늦게 10시에 로비나의 호텔을 떠났다. 가족사원인 뿌라사원에 잠깐 들렸다. 발리 힌두교는 인도 힌두교와 달리 집집마다 마당에 작은 가족사원이 있다. 부유한 집일수록 가족사원은 그 규모가 크다.


발리의 사원 입구문은 문 위가 연결되지 않고 모두 갈라져 있다. '갈라진 문'이 왜 이런 모양을 하고 있는지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그 중에서 유력한 것은,

'산'의 신앙에 따라「산을 갈라 열면서 신에 다가선다...」는 것과 두 개의 세계를 대조하고 있다. '신'과 '사람', '선'과 '악', '남'과 '여' 등...

갈라진 문이 좁은 것은 적이 공격하기 어렵게, 도둑놈이 큰 짐을 가지고 못나가게, 등의 뜻이 있다고 한다. 이 갈라진 문은 두 개의 '산' 모양이 만들어진 가운데가 비어 있다. 집과 집의 경계나 마을과 마을의 경계도 나타내며, 이곳을 지나감으로서 사람은 정화(淨化)되고 악령은 들어오지 못한다고 발리사람들은 믿고 있다 .

기깃(Gigit) 폭포를 보러갔다. 이 폭포는 숲 속에 있는 박력 넘치는 폭포이며, 낙차가 50m로 발리에서 제일 높다. 큰길에서 폭포로 가는 좁은 길의 양쪽에는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많은데 가게입구나 근처의 땅바닥에 공양물(꽃, 음식)이 놓여 있다. '신'들의 작은 석상도 있는데 모두 치마(?)처럼 천이 둘려져 있기도 하고 머리에 천을 올려놓은 것도 있다.

폭포로 가는 길에는 목걸이 등을 파는 어린이들이 사달라고 조르고 있다. 약45분 후 폭포에 도착했으나 곧 떠나고 약 30분 후 해발1400m의 고개를 넘었다.

공양물을 머리에 이거나 손에 든 사람들의 행렬을 만났다. 행렬의 길이는 100m나 된다. 장례식행렬이다. 발리의 공예품은 모두 종교와 관계가 있다. 머리 위에 높이 쌓아올린 공양물을 나르는 여자들의 행렬은 발리 섬의 일상풍경이다. '신'에게 바치는 과일, 과자 등은 꽃으로 장식되어 정연하게 쌓여있다.

모두 자기 집에서 만든 것이다. '신'에게 감사를 드리기 위해 집 앞에 높이 세운 '벤졸'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행렬 뒤에 '상여'가 나타났다.

상여는 꽃으로 장식되고 양 옆에는 하얀 '벤졸'이 하늘높이 솟아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상여 뒤에도 사람들의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벤졸'은 '신'에게 감사의 드리기 위한 것이다.

'따만 아윤' 사원으로 가는 길에서 또 다시 공양물을 머리에 이거나 손에 든 사람들의 행렬을 만났다. 행렬의 길이 끝없이 길다. '따만 아윤' 사원은 발리 섬에서 부사끼 사원 다음으로 크며 높은 탑이 줄줄이 서있는 모습은 장려하고「발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이 사원은 잘 정비된 정원, 사원을 둘러싼 연못, 넓은 부지를 가진 사원이다. 푸른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아름다운 탑의 실루엣은 환상적이다.

11층탑은 아궁 산(3142m), 9층은 바뚜르 산(해발1717m), 바뚜르 호수, 브라딴 호수, 5층은 '데와 바르나'(물의 신), 3층은 자와의 신, 2층은 '데와 바슷 빠닷'(동물의 모습을 한 신)이 모셔져 있다. 탑 지붕의 수는 모두 홀수이나 놀랍게도 2층의 탑도 한 개 있다. 이 사원의 상징인 10개의 탑은 데와(신령) 들을 모시기 위해 세워졌으며, 이 사원은 멩위 왕국의 '구스띠 아궁' 왕이 1634년에 건립하였다.

우브드 근처에 있는 안토니오 블란코 미술관에 잠깐 들렸다가 우브드(Ubud)의 호텔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