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명이 넘는 대규모 피해자가 발생한 GS칼텍스의 정보유출 사건에 대한 법적 대응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집단소송'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집단소송 제도는 피해자가 적은 비용으로 배상을 받을 수 있고 변호사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8일 서울중앙지법과 법조계에 따르면 옥션을 상대로 13만 명이 11건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하나로 텔레콤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서는 16건의 재판이 진행 중이며 최근 발생한 GS칼텍스 정보유출에 대해서도 대규모 소송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오후에만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이 사건에 대응하기 위한 카페 20여개가 개설돼 있으며 몇몇 변호사는 온ㆍ오프라인 상에서 소송인단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최대 개인정보 유출사건인 GS칼텍스 사태와 관련, 사상 최대규모의 집단 소송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피해자 대표가 소송에 이기면 여기에 가담하지 않은 나머지 피해자도 배상받는 미국의 집단소송(Class Action)과 달리 우리나라는 원고로 참여한 경우만 배상받을 수 있지만 다수의 피해를 법으로 구제한다는 점이 상통한다.

   `집단소송'은 소비자들의 권리 의식 향상과 함께 인터넷을 통해 원고 모집이 간편해지면서 변호사들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부상했다.

   참가자들은 통상 1만∼3만 원 정도를 내고 간단한 위임 절차를 거치면 원고가 될 수 있으며 변호사들이 나머지 소송을 진행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과정 없이 배상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실제 서울중앙지법은 입사지원서 정보를 유출 당한 지원자들이 LG전자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인당 7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기도 했고 서울고법은 복권 구매 안내 메일을 보내며 개인정보를 유출한 국민은행에 1명당 10만∼20만 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하는 등 성과를 거둔 사례도 있다.

   개인이 이런 소송에 이겨 받는 돈은 이들이 체감하는 피해에 비해 약소한 것일 수 있지만 기업이 물어줘야 하는 배상금의 전체 액수는 예상 외로 크기 때문에 소비자 권익 보호에 둔감한 기업에 경종을 울리는 효과도 있으며 법률 서비스의 확대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초기에는 사건 관련자들에게 요청을 받은 일부 변호사들이 `집단소송'을 수행했으나 `맡기만 하면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다수 피해 사건이 발생하면 변호사들이 먼저 관련 인터넷 카페를 만드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는 추세다.

   이 때문에 수임료 `덤핑' 현상으로 참가비가 몇 천원까지 하락하기도 하고 충분한 법률 검토 없이 `선점하면 장땡'이라는 식의 경쟁도 펼쳐진다는 것이 관계자의 지적이다.

   한 변호사는 "2만 명을 모아 3만 원씩 참가비를 받고 1인당 100만 원씩을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인데 인지대만 1억8천만 원에 달하고 원고 확인 및 위임장 날인 작업 등에도 수천만 원이 들었다"며 "소송 기간까지 고려할 때 무턱대고 뛰어든다고 세간의 인식처럼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식 집단소송을 도입하는 것이 하나의 개선책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 경우 변호사들이 끝까지 소송을 수행하기 보다는 중간에 합의를 해버리는 부작용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