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종교 편향에 항의하는 법회가 31일 오전 전국 1만여 개 사찰과 암자에서 열렸다.

   불교 조계종 총본산인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는 이날 오전 9시30분 범종을 33번 울리며 법회를 시작했으며,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법문에 이어 종교 차별과 관련한 동영상 상영, 신도의 자유발언 순으로 진행됐다.

   지관 스님은 법문에서 "오늘 법회는 다 같이 모여 불교의 장래를 위한다는 뜻에서 명칭을 '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 정권 규탄 법회'로 이름 지었다"면서 "부처님의 혜명(慧命.지혜)을 잇고 불법(佛法)을 잘 받드는 뜻에서 이 법회를 올린다"고 말했다.

   지관 스님은 이어 "요즘 어떤 곳에서는 서로 종교가 안 맞으면 (일꾼들이 서로) 품앗이도 안 한다는데 불행한 일이다"면서 "가정의 어른이 가족을 차별하면 행복할 수 없듯이 사회와 국가도 마찬가지다"라고 지적했다.

   지관 스님은 '인평불어(人平不語) 수평불류(水平不流)'라는 옛말을 인용, "사람이 평등하면 말이 없기 마련인데, 요즘 자꾸 말이 생기고 있다"면서 "사회 구성원은 종교가 다르더라도 서로 존중해야 하고 하나가 돼야 국가도 힘이 생길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계사 법회에는 약 3천여 명의 신도가 참석했다.

   법회 말미의 자유 발언에서는 조계사 신도회 회원 2명이 나서 종교 차별과 관련해 정부에 항의하는 내용으로 발언했으며, 참석자들은 낮 12시30분께부터 조계사 경내에서 '종교차별 금지 입법', '이명박 정부 참회' 등 구호가 적힌 피켓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서울 수유동 화계사에서도 이날 오전 10시 대적광전에서 스님과 신도 등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법회를 열고 정부의 종교차별 행위를 항의하는 구호를 외쳤으며, 스님 10여 명은 잘못을 뉘우친다는 뜻에서 팔에 심지를 놓고 태우는 '연비'를 했다.

   서울 삼성동 봉은사 주지인 명진 스님은 이날 오전 11시 약 2천500명의 스님과 신도가 참석한 가운데 법회를 열고 종교 평화를 위해 정부의 신중한 처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부처님의 법을 무시하거나 능멸한다면 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범불교도 대회 봉행위원회 사무처는 불교 27개 종단 산하 전국 1만여 개 사찰과 암자에서 같은 내용의 법회를 봉행했다고 밝혔다.

   불교계에서는 음력 초하루와 보름 때 정례 법회를 열고있으며, 범불교도 대회 봉행위는 이날 초하루 법회를 '이명박 정부 규탄 법회'로 이름지어 진행해 줄 것을 전국 사찰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