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진이 대형공사 입찰과정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28일 사건의 핵심 관련자인 홍경태(53) 전 청와대 행정관이 이미 23일 오후 출국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홍씨가 출국한 지 사흘이나 지나 뒤늦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나타나 핵심 피의자의 출국을 방치함으로써 수사 차질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찰은 이날 "홍씨에 대한 출입국 기록을 전날 재확인한 결과 23일 오후 6시 2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출국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해외여행인지 도피인지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홍씨가 약속했던 25일 출두하지 않자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경찰은 출석 요구를 받은뒤 홍씨가 25일 출두를 약속했던 사실로 미뤄 변론을 준비하지 못한 채 수사를 받는 걸 피하기 위해 출국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건설사를 잇는 브로커인 서모(55.구속)씨를 지난 20일 체포한 뒤 홍씨의 피의사실에 대한 진술을 확보하고 20일 전화통화로 출석을 약속받았고 21일 통화에서 25일에 출두하기로 구체적인 일정까지 잡았었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홍씨가 말레이시아로 자주 여행을 다녔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도피라고 속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예민한 시기에 출두 약속을 잡고도 일방적으로 출국한 것은 충분히 의심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앞서 홍씨는 올해 4월 11일부터 17일, 6월 30일부터 7월 9일 등 두 차례에 걸쳐 말레이시아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홍씨에 대해 입국시 통보 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홍씨의 출국과 관련, 경찰 관계자는 "경찰과 출입국관리소 컴퓨터가 연결돼 있어 출입국 기록을 동시에 볼 수 있는데 출국 사실 입력이 2∼3일 지연돼 출국금지 요청 당시 나타나지 않았다"며 "출두 약속일인 25일에 조회했을 때는 출국기록이 없었는데 27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출국 사실을 알게됐다"고 해명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소는 이에 대해 "출국기록은 비행기가 회항할 수도 있기 때문에 출국자가 해당 국가에 입국했다는 사실이 확인 된 뒤 입력되고 주말이 끼면 늦어질 수도 있다"며 "법무부 전산망에 입력된 기록이 수사기관의 전산망과 연동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홍씨는 국유재산을 관리하는 총무행정관으로서 2006년 한국토지공사가 발주하는 영덕-오산간 도로공사(공사비 1천661억원)를 대우건설이 수주하도록 브로커 서씨를 통해 김모 전 토공 사장에게 청탁한 혐의(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홍씨는 2005년 말 대우건설에서 발주하는 부산 신항만 공사 일부를 토목 전문건설사 S업체가 낙찰받도록 박모 전 대우건설 사장에게 부탁해주는 대가로 서씨로부터 5억원의 채무를 탕감받은 혐의(뇌물수수)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