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대북지원을 일단 유보하되, 추후 북한 식량사정 추이와 여론 등을 감안해 지원 여부 및 시기.규모 등을 결정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WFP가 우리 측에 대북 식량지원 프로그램 동참을 요구해온 것과 관련, 관계 부처 당국자회의를 갖고 현 상황에서 당장 WFP를 통한 지원에 나서지는 않는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한 소식통은 "북한 식량사정이 현재 긴급한 지원을 요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는데다, 북이 우리 측에 지원 요청을 하지도 않았다"며 "지원하더라도 북한이 절실히 필요로 할 때 지원한다는 쪽으로 정부의 의견이 수렴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인도적 대북 지원은 북핵 등 상황에 관계없이 한다는 정부 원칙에 변함이 없기에 WFP를 통한 대북지원 가능성을 배제하는 입장은 아니다"며 "다만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에 따른 대북 여론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정부 일각에서는 향후 남북관계 정상화를 대비한 분위기를 조성해야할 필요성 등을 감안, 지난 5월부터 북한에 제공의사를 밝혀온 옥수수 5만t을 WFP를 통해 지원하자는 의견도 내놓고 있어 주중 장관급 안보정책조정회의를 거쳐야 최종 결정이 내려질 전망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에 대해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27일 "인도적 대북지원은 핵문제와 관련없이 한다는 원칙은 그대로 지속하는 것"이라고 전제, "WFP를 통한 대북 지원은 국내 여론을 봐가며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정부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WFP는 지난달 나온 북한 식량안보평가 결과에 따라 오는 9월부터 대북 긴급 지원사업을 벌이기로 했으며 이에 필요한 5억7천만 달러의 재원을 마련키 위해 한국 등 각국에 지원을 요청했다. 한국에는 약 6천만달러를 부담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1996년 이래 WFP를 통해 북한에 총 1억2천770만달러(약 1천385억원) 상당의 식량을 지원했으며 작년의 경우 이 기구에 2천만달러를 제공, 옥수수 등 식량 3만2천t을 북에 간접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