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한중문화관서 30일까지 조각전브로콜리 · 꽃 등 유리타일로 재탄생관람객이 만지고 놀수있는 작품 추구


 

   
 

작업량이 많은 작가로 꼽히는 이상하 조각가다. 머리속으로 구상을 하는 것보다 재료와 맞닥뜨려 실마리를 풀어가는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개인전 제안을 수월하게 받을 수 있었던 것도 평소 해놓은 작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올들어 벌써 두번째 개인전을 열어놓고 있다. 꼼꼼하게 챙겨 자리를 만들어오던 이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그렇다고 소홀한 구석이 있나 하면 아니다. 일핏 재료는 연장선상에 있는 듯하지만 소재가 확장됐다. 그 안에 담겨 있는 조작가의 사고는 확연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한중문화관 기획 '조각특별초대전 이상하'에서다. 오는 30일까지 1층 전시실을 채우고 있다.


▲브로콜리와 꽃

이상하의 조각은 편하다. 대상을 직설적으로 표현해낸다. 현대 조각이 추구하는 상징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 브로콜리 - 환희


"그대로 보여지는 조각을 하고자 했습니다. 미술을 하지 않은 누구나가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이지요. 단 보기는 쉽게 가되 만드는 과정은 진지하고자 합니다. 땀과 고된 노동 흔적이 배에 있는 작품이야말로 감동을 줄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지요."

최근 전시에서 등장한 소재가 브로콜리다. 형태가 재미있다는 말로 마음이 간 이유를 설명한다. "작은 식물이지만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나무 느낌을 받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도 브로콜리를 내놓았다. "형태는 단순할 지언정 개인적으로 밀도있는 작품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사고를 더 진전시켰지요."

더불어 꽃을 결합했다. 같은 대상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나태함으로 자각됐기 때문이다. '꽃-축하합니다' '꽃-사랑합니다' '꽃-고맙습니다'라고 붙인 작품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마음이 담겨있는 제목들이다. "지난 겨울 신종플루로 고생을 했습니다. 몇달을 작품도 못한 채 앓았지요. 심약했을 때 나를 돌보아준 이들은 가족이었어요. 주위 가까이 있는 이들이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진하게 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꽃에 눈이 간 이유는 그래서다.

특정한 꽃이 아니라 카네이션이기도, 별꽃이기도 하다. 동화에 나오는 예쁜 꽃을 닮기도 했다. 조각가는 느낌을 색으로 표현했다. 붉은 꽃, 파란 꽃, 보라빛과 노랑과 녹색이 섞인 꽃들에 제각각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

재료가 특별하다. 실내 인테리어에 자주 쓰이는 유리타일을 골랐다. "조각가들이 선호하지 않는 재료죠. 고른 이유는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을 듯해서 입니다."

작품이 조명을 받는 순간 조각조각 타일마다 만들어내는 빛의 파장이 은근한 아름다움을 준다. 타일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특별함이라고 조각가는 설명한다.

"조각이 갖는 성질중 하나가 물질성입니다. 관람자가 작품을 만지고 놀 수 있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혹여 파손될 지언정 관람자와 살을 맞댈 수 있는 작품으로 남고자 합니다."


▲풍경과 생명
 

   
▲ 꽃 - 피었습니다


이상하가 줄곧 이어온 주제가 풍경이다. 역시나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고른 대상이라고 말한다. 산과 구름, 나무, 계곡 등 전통 산수화에 등장하는 대상들을 조각이라는 입체로 표현했다.
어느 순간 나무로 넘어간다. 모든 생명의 시작이 나무라는 깨달음이 있었다. 다음은 씨앗에 주목한다. 혹은 열매다. "열매는 생산이자 소비의 개념입니다. 다시 씨앗으로 가죠. 바로 생명의 순환입니다. " 해서 풍경은 생명에 맞닿아 있다.

이번 전시도 생명과 그에 대한 결과물을 보여주는 연장선상에 있다. "어느날 문득 작고 소소한 것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찮게 여기던 자잘한 일상들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더니 꽤나 흥미롭더군요. 일상을 꿈꾸는 식물들의 생명성을 담고 싶었습니다."

큰 카테고리는 풍경이다. 평생 갖고 가고픈 주제라고 말한다. "삶의 풍경일 수도, 이상적인 풍경일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변주될 지 모릅니다. 다만 경계하는 것은 관념적으로는 흐르지 말자는 것이지요. "


▲"조각은 세상과 소통창구"
 

   
▲ 꽃 - 고맙습니다


조각이 갖고 있는 덩어리로서의 양질감이 좋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이 덩어리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원인을 찾아들어가다 보면 작가의 의도성을 만날 수 있다.

한때 덜어내고 생략하고자 했던 시기가 있었다. 사뭇 세련미가 넘치는 선적인 지향점이 보인다. 당시의 느낌을 조작가는 불편함이라고 요약한다. 조각 본연의 양감으로 돌아오자 비로소 편안함을 느꼈다.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느낌도 편안함이었으면 한다. 두보 시 구절을 꺼낸다. "웹서핑을 하다 우연히 두보 싯구 '호우지시절(好雨知時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좋은 비는 시절을 알고 내린다'고 해석했지요. 내 작품도 사람들에게 호우로 다가갔으면 합니다. 작가로서 호우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거지요. 뭔가 기쁨을 주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문득문득 잠자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한다. 매일 작업실에 간다. 그곳에 가면 작업을 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작업양이 많다는 이야기는 그냥 나온 말이 아닌 것이다.

"조각은 나에게 있어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입니다. 더불어 나의 존재감을 알리는 중요한 그것이지요. 조각이 있어 행복합니다."
 

   
▲ 꽃 - 축하합니다


/글·사진 김경수기자 kk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