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1965년으로 기억된다. 오늘날 세계 1위로 우뚝 선 나고야 외곽의 도요타자동차공장으로 가는 길은 대부분 비포장도로였다. 가내공업시대를 연상시키는 생산라인에서 결의에 찬 모습으로 부품을 조립하던 일본근로자들에게 감히 말을 걸기가 어려웠다. 그후 디트로이트의 GM, 스웨덴(요테보리)의 볼보, 뮌헨의 BMW, 슈투트가르트의 벤츠, 파리교외에 있는 르노와 씨트로엥공장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볼보의 트럭조립라인에서는 근로자들이 서로 대화하면서 작업하고 있었고 르노공장에서도 일본과 같은 긴장감은 없었다. 작업중인 사람들에게 인사도 하고 몇마디 물어볼 수도 있는 분위기였다. 90년대들어 조립라인에 로봇이 등장하면서 사람 찾아보기조차 힘들어졌지만, 공장시찰을 갈 때마다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것이 근로자들을 편안하게 해주는가에 항상 신경이 쓰였다. 겸손한 자세로 땀 흘리고 있는 상대방에게 눈빛과 몸짓으로만 경의를 표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언론보도를 보면 입원환자들과 지체부자유자들을 위문한다는 VIP들이 수행원과 보도진을 데리고 법석을 떠는 장면이 가끔 나온다. 이 경우 정치적 목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이용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달 '버락 오바마' 후보가 독일 란드슈툴에 있는 이라크전 부상미군들의 후송병원 방문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병원당국은 "선거참모와 언론과 함께 방문해 정치행사로 비쳐지면 곤란하다"고 거절했고 오바마는 이를 받아들였다. 역시 한수높은 병원이고 대통령후보답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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