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광 동양탄소고문
쉐키를 떠나고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작은 마을에도 들리고, 수박을 사서 더위를 식히기도 하면서 가는데 점심식사를 할 만한 곳이 나타나지 않는다. 기온은 35℃나 오르고 오후 2시 45분이 되어서야 겨우 식당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몇 십 년 만에 제비와 제비둥지를 보았다. 내가 어릴 때 시골 우리 집에는 해마다 제비가 날아와서 알을 낳고 새끼를 키웠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모두 날아갔다가 다음해에는 어김없이 또 오곤 했다.
오늘 오랜만에 제비를 보고 어릴 때 생각을 한참 했다. 북에 있는 세 동생은 끼니는 굶지 않는지? 이 먼 곳에 와서 헤어지고 57년이 지난 동생들 생각을 했다.
점심식사 후 근처에 있는 옛 시르반 왕국,「7개의 무덤」을 보았다. 무덤은 파헤쳐졌으며 보존상태가 매우 나쁘다. 디리바바 모스크에 잠깐 들렸다가 쥬마 모스크에 갔더니 모스크는 텅 비어 있고 빈집에 온 느낌이다. 마당에 원유를 퍼 올리는 메뚜기(원유굴삭기)가 있어 기름이 나느냐고 물었더니 물을 푸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지하수가 너무 깊은 곳에 있어 보통 펌프로는 풀 수 없는 것 같다.
쥬마 모스크를 떠나고 반 사막지대를 달려 2시간 20분 만에 드디어 이번 여행의 마지막 기착지, 아제르바이잔의 '바쿠(Baku)'에 도착했다. 바쿠는 <바람의 거리>라는 뜻이라고 하며 조용히 부는 바람도 있으나 강풍이 부는 날도 많다고 한다. 저녁 7시가 다되었으니 호텔로 가지 않고 식당으로 바로 갔다.
저녁식사 후 카스피 해의 유람선을 타러 갔다. 현지인들이 많이 타서 배 안은 초만원이다.
카스피 해의 '밤 유람'은 1시간 15분으로 끝났다. 호수에서 바라보는 바쿠시가의 불빛이 아름답다.
부두에 도착하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호텔까지 걸어갔다. 호텔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넘었다. 오늘도 긴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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