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광 동양탄소고문
궁전 앞마당에는 1530년에 심은 큰 나무가 가지를 뻗고, 잘 다듬어진 페르시아 양식의 정원에는 장미가 한창 피고 있다. 그 옆에 있는 민속박물관에 잠깐 들렸다.

쉐키를 떠나고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작은 마을에도 들리고, 수박을 사서 더위를 식히기도 하면서 가는데 점심식사를 할 만한 곳이 나타나지 않는다. 기온은 35℃나 오르고 오후 2시 45분이 되어서야 겨우 식당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몇 십 년 만에 제비와 제비둥지를 보았다. 내가 어릴 때 시골 우리 집에는 해마다 제비가 날아와서 알을 낳고 새끼를 키웠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모두 날아갔다가 다음해에는 어김없이 또 오곤 했다.
오늘 오랜만에 제비를 보고 어릴 때 생각을 한참 했다. 북에 있는 세 동생은 끼니는 굶지 않는지? 이 먼 곳에 와서 헤어지고 57년이 지난 동생들 생각을 했다.

점심식사 후 근처에 있는 옛 시르반 왕국,「7개의 무덤」을 보았다. 무덤은 파헤쳐졌으며 보존상태가 매우 나쁘다. 디리바바 모스크에 잠깐 들렸다가 쥬마 모스크에 갔더니 모스크는 텅 비어 있고 빈집에 온 느낌이다. 마당에 원유를 퍼 올리는 메뚜기(원유굴삭기)가 있어 기름이 나느냐고 물었더니 물을 푸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지하수가 너무 깊은 곳에 있어 보통 펌프로는 풀 수 없는 것 같다.

쥬마 모스크를 떠나고 반 사막지대를 달려 2시간 20분 만에 드디어 이번 여행의 마지막 기착지, 아제르바이잔의 '바쿠(Baku)'에 도착했다. 바쿠는 <바람의 거리>라는 뜻이라고 하며 조용히 부는 바람도 있으나 강풍이 부는 날도 많다고 한다. 저녁 7시가 다되었으니 호텔로 가지 않고 식당으로 바로 갔다.

저녁식사 후 카스피 해의 유람선을 타러 갔다. 현지인들이 많이 타서 배 안은 초만원이다.

카스피 해는 바다와 호수의 두 가지 특징을 같이 가지고 있으므로 바다라고 하면 세계에서 가장 작은 바다로 되고, 호수라고 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가 된다. 이제 카스피 해까지 왔으니 오늘로 나는 실크로드(비단 길)를 완주하였다.

카스피 해의 '밤 유람'은 1시간 15분으로 끝났다. 호수에서 바라보는 바쿠시가의 불빛이 아름답다.

부두에 도착하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호텔까지 걸어갔다. 호텔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넘었다. 오늘도 긴 하루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