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을 찾다- 포천 
창수면 보장산.
싱그러운 봄 향기와 더불어 티없이 맑은 비취빛 옥수사이로 옅은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연출하듯 포천의 명산들이 행락객들을 향해 손짓한다.
매년 이맘때면 수도권 일대 수십만여 명의 상춘객들은 가족들과, 혹은 연인·동호인들과 포천의 명산들을 찾는다.

이러한 명산 중에도 으뜸으로 널리 알려진 산정호수 명성산과 경기 오악인 화현면 화현리 운악산, 한탄강이 저 멀리 내려다보이는 관인면 보장산,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이동면 백운산과 계곡, 일동면 청계산, 포천시가지와 동두천, 양주시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왕방산 등에서 벗꽃, 진달래, 철쭉, 산목련, 살구꽃, 산동맥 등이 등산 애호가는 물론, 상춘객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특히 주말을 맞은 행락객들이 도심에서 찌들은 마음의 상심을 벗어 버리고 산행을 통해 가족들의 입맛을 돋우는 온갖 산나물들을 직접 채취하면 봄의 추억을 새로이 써 내려갈 수 있는 좋은 추억거리가 된다.

운치있는 명산의 매력이야 계절마다 각양 각색이지만 더위가 시작되기 전 초록의 바다에 빠져들 수 있는 5월의 산이야말로 일상 생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다. 이러한 포천의 명산을 둘러본다.

포천은 전국 어느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고장이다.
물을 안고 흐른다 하여 포천,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던 물줄기가 어느덧 서쪽으로 기울면서 강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포천은 옛부터 명승지가 많으며, 조선시대 유명했던 천층산이 북쪽에 우뚝 솟아 있고 계곡과 계곡사이를 흐르면서 한줄기 물이 고여 한탄강으로 합류되는 이곳, 포천은 선비들이 풍류를 논하며 즐겨찾던 천혜의 명산과 명승지들이 옛 것 그대로 간직 돼 있다.

특히 포천이 자랑하던 당대의 시인이던 양사언을 비롯, 박순, 이덕형 등 많은 명인들이 풍류를 즐기며 얽힌 일화와 유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으며 태봉국을 세운 궁예의 마지막 일화가 곳곳에 남아있는 산정호수 명성산은 그야말로 수도권은 물론, 전국 일대 관광객들과 등산 애호가들에게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궁예가 왕건에게 쫓겨 이동면 국망봉에서 여우고개를 넘어 망국의 슬픔을 달래기 위해 명성산 정상에서 크게 울었다 하여 울음산으로도 잘 알려진 명성산(922.6m)과 그 아래 수심 23.5m, 둘레 2.1㎞, 수만여㎡의 짙 푸른 호수 위에 그 자태를 드리운 산의 모습은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한다.

화현면 운악산.
한국의 대표적 풍경이라 할 만큼 태고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명성산과 산정호수의 일출과 일몰의 그 아름다움을 이루 말할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나 쉬 오를수 있는 명성산을 오르다 곳곳에 펼쳐져 있는 기암절벽과 비선폭포, 용이 승천했다는 등천폭포를 따라가다 보면 봄 향기 그윽한 갖가지 꽃들과 신선하면서도 풋풋한 산나물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정상 나무사이로 보이는 산정호수와 자연을 이용한 녹색의 잔디가 잘 어우려진 몽베르골프장, 온갖 희귀 식물들이 배치돼 있는 평강식물원과 자인사를 들려 맑은 냉수로 목을 축이면서 호수를 내려다보면 신선이 따로 없을 정도로 마음은 더없이 평화롭다.

또한 포천시와 강원도 화천군을 경계로 이루고 있는 이동면 백운산(903.1m)은 주변 광덕산(1.046m), 박달봉(799m)이 어우려진 흙진으로 수림이 울창해 백운계곡이 펼쳐져 있는 가운데 계곡을 따라 곳곳에 바위와 깎아 세운 듯한 낭떠러지가 있어 등산의 묘미를 준다.

기암석이 어우려져 옛부터 영평팔경의 하나로 손꼽히는 선유담에 들어서면 얼음같이 차고 맑은 물이 흘러 구름 가운데 신선이 앉아 풍류를 즐길 정도로 아름다운 절경을 이루고 있다.

산 밑에는 여름철 피서지로 유명한 백운계곡이 흐르고 있어 봄 산행지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국망봉(1168.1m)은 정상의 조망이 매우 빼어난 산으로 주능선의 길이만도 15㎞에 이를 정도로 산세가 웅장해 '경기의 지리산'이라 불린다.

또한 강씨봉(830.2m)은 태봉국왕 궁예와 부하 장수이던 왕건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을 당시 궁예의 부인 강씨가 현재의 강씨봉 아래 마을로 피난을 온 후 봉우리 이름이 강씨봉으로 불리며, 특히 계곡이 맑고 깨끗한 한나무골의 진달래와 철쭉이 어우러진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백운산 줄기에 펼쳐져 있는 각 봉 정상에서 청계산까지 종주코스의 기점이 되는 정산 자락을 휘 돌면 지리산에서만 서식하고 있다는 희귀식물인 '히어리'가 자연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도 있다.

특히 힘든 산행 후 이동면 특산주인 맑은 물로 빚은 쌀 막걸리와 전국에서 유명한 이동갈비, 현장에서 직접 채취한 봄 산나물은 입맛을 돋우어 미식가들로부터 군침을 삼키게 한다.

이 뿐만 아니라 한탄강을 굽이굽이 내려다볼 수 있는 관인면 중리 지장산(877.4m)과 보장산(555m), 종자산(642.9m)은 포천에서 가장 북쪽에 자리잡은 산으로 '지장 냉골'이라고도 하며 계곡미가 뛰어나 울창한 숲과 기암절벽이 장관을 이룬다.

골짜기마다 작은 폭포와 연못이 끊임없이 이어진 산천이 수려하며, 자연발생유원지인 지장산계곡과 한탄강, 영평8경 중 하나인 화적연, 숯골마을 등 인근에 볼거리도 많고, 지장산 칡냉면, 지장산 막국수, 지장산 두부전골, 취나물, 더덕, 두릅 등 먹을거리도 상춘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특히 종자산 남쪽 능선은 올망졸망한 기암봉으로 이어져 발 아래 한탄강과 어우러진 경관이 빼어나 봄에는 진달래, 가을에는 단풍, 북쪽 능선엔 싸리나무가 많아 초여름이면 향기가 이루 말할수 없을 정도로 좋다.

정상 남동편 들머리에는 굴바위가 있으며, 옛 전설에 3대 독자의 부부가 아이를 못 낳아 고심하던 중 이 굴에서 백일기도를 올린 뒤 아들을 얻었다 하여 종자산이라 부른다.

이 밖에도 150여 억원을 들여 폐석산을 이용해 최근 준공된 포천 아트벨리가 있는 신북면 기지리 천주산(424.6m)줄기 또한 행락객들이 한 번쯤 가볼만한 추억거리를 만들고 있으며, 포천시가지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포천의 진산으로 불리는 왕방산(737m)은 신라 헌강왕 3년(872)경 도선국사가 이곳에 머무르고 있을 때 국왕이 친히 행차, 격려했다 해서 붙혀진 이름이다.

왕방산 정상은 등산 애호가는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수시로 오르내릴 수 있으며, 정상에서 둘러보면 동두천, 양주 등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특히 경기 오악이라 불리는 가평군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운악산(933.5m)은 수도권 일대 일반인들에 너무도 잘 알려져 있는 산으로 이름 그대로 뾰족한 기암괴석의 봉우리가 구름을 뚫고 솟아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주봉 만경대를 중심으로 기암절벽으로 산을 이루고 있어 경치가 절경이며 구름이 산을 감돌아 신비감마저 느끼게 한다. 관악산, 치악산, 화악산, 송악산과 함께 중부지방 5대 악산의 하나로 명성이 높고 특히 5월에는 진달래와 목련 등 꽃길이 장관을 이룬다. 지난해에 화현면 쪽에 운악산 자연휴양림이 완공되어 명성을 더해가고 있고 가을에는 단풍, 포도로도 유명하다.

운치를 자랑하는 포천의 산이야 말로 꿈속에 그리던 명산 중에 명산으로 '산꾼'들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경치 수려한 주말 봄 나들이로 더 할 나위 없을 듯 하다. 본격적인 더위가 오기 전 초록의 5월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아닐까 한다.
/포천=김성운기자 blog.itimes.co.kr/sw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