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회 - 황규광 동양탄소고문
"다비드 가레지 수도원은 6세기에 암벽을 깎아 만든 동굴수도원이며, 그루지야에 선교하기 위하여 시리아에서 온 13명의 신부 중 한사람인 '성 다비드'에 의하여 지어졌다. 10여개의 동굴수도원과 지하 비밀통로, 망루 등이 있다. 이 수도원을 세 번 방문하면 예루살렘 성지순례를 한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다."

2006년 8월 07일 (화, 제17일)


오늘은 이번여행의 제17일째이다. 앞으로 4일 후면 이번 여행도 끝난다. 오늘은 트빌리시를 떠나 아제르바이잔의 국경근처에 있는 '다비드 가레지 수도원'에 들렸다가 동북쪽 100km에 있는 텔라비(Telavi)로 가려고 한다. 트빌리시를 떠나고 50분 후 사가레조 마을에서 큰 버스에서 내려 작은 버스 2대에 갈아타고 남쪽으로 내려갔다. 길이 좁아 큰 버스로는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길 양옆에는 포도, 옥수수, 해바라기 밭이 이어진다. 한참 후 반 사막지대에 들어섰다. 차로 물을 실어다 밭에 뿌리는 광경도 보인다. 가끔 작은 마을이나 소금호수도 나타나는 해발800m 전후의 건조한 구릉지(丘陵地)를 달렸다.

트빌리시를 떠나 2시간 10분 만에 '다비트 가레지 수도원'(해발660m, 32℃)에 도착했다. 이 수도원 주변에는 지금도 마을이나 민가는 전혀 없으며 남쪽으로 5km 더 내려가면 아제르바이잔의 국경이다. 이곳과 연결해주는 대중교통수단은 없다. 이 수도원은 6세기에 암벽을 깎아 만든 동굴수도원이며, 그루지야에 선교하기 위하여 시리아에서 온 13명의 신부 중 한사람인 '성 다비드'에 의하여 지어졌다. 10여개의 동굴수도원과 지하 비밀통로, 망루 등이 있다. 이 수도원은 교회의 디자인과 10세기의 벽화가 훌륭하다. 이 수도원을 세 번 방문하면 예루살렘 성지순례를 한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다.

지금까지 둘러본 교회나 수도원의 대부분은 성벽으로 견고하게 방위되고 있었다. 이 수도원도 성벽으로 둘러져 있으며 망루도 여러 개 보인다. 성문 옆에 한 사람의 수도사가 앉아 휴대폰을 만지고 있다. 내가 인사를 하니 North Korea에서 왔느냐고 묻는다. 이들은 남한과 북한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는 들고 있는 일본제 휴대폰을 잘 만들었다고 감탄하고 있었다. 수도원 안의 통로는 미로와 같다. 안쪽 작은 언덕의 바위에는 작은 굴들이 수없이 보인다. 이 동굴은 수도사들이 기거하는 작은 방이며 수행할 때 독방으로 이용한 것 같다.
마당에는 500년이 되었다는 뽕나무가 한 그루 외로이 서있는데 '오디'도 열려있다. 마당을 가로질러 교회 안에 들어서니 교회바닥에는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들이 매장되어 있어, 지나가면서 밟지 않으려고 혼났다. 수도원을 나오니 점심시간이다. 이 부근에는 마을도 없어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어야 하는데 나무그늘 하나도 없다.
 
/글·사진 황규광 동양탄소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