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건물들 장밋빛 응회암으로 건축 바위속에 지은 거대한 수도원 웅장
2007년 8월 02일(금, 제12일)

이번 여행은 오늘이 13일째이니 절반은 넘어섰다. 늘 그렇지만 처음에는 날짜가 느리게 지나가는 것 같다가 일정이 절반이 넘어가면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오늘은 예레반 시내를 잠깐 둘러보고 예레반 근교에 있는 아르메니아의 오래된 교회와 유적을 몇 곳 둘러보고 다시 예레반으로 돌아오려고 한다. 아르메니아는 301년, 세계에서 맨 처음 그리스도교를 국교로 정한 나라이다. 아침 6시의 기온은 23℃이며 좋은 날씨다.

먼저 예레반 북쪽, '아르메니아 어머니 상'이 있는 언덕으로 올라갔다. 예레반은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계곡에 있으며 남서쪽이 우라루트 평원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이 언덕에서 전망은 멋지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남쪽에 아라라트 산(해발5137m)이 흰 눈을 이고 높이 솟아 있으나 흐릿하게 보인다. 5년 전 터키의 도우바야즈트(해발1950m)에서 보았을 때는 '큰 아라라트 산'이 왼쪽에 보이고, 그 오른쪽에 '작은 아라라트 산'(해발3895m)이 이어져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작은 아라라트 산'이 왼쪽에 보인다. 예레반에서 아라라트 산까지는 직선거리로 70km밖에 안 된다. 이 언덕에서는 예레반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며 언덕 가운데에 '아르메니아 어머니 상'이 칼을 든 채 높이 솟아있다. 구 소련에 속해있던 나라들의 수도에는 반드시 자기나라의 어머니 상이 있으며, 그 어머니 상은 똑 같이 칼을 들고 있다.

예레반의 남동 34km에 있는 게가르드 동굴 수도원(해발1700m)에 갔다. 가는 길의 오른쪽에 아라라트 산이 올려다 보인다. 깊은 산속에 들어서서 아자트 계곡의 좁은 길을 계속 올라가서 겨우 수도원에 도착했다. 옛날에 아르메니아의 그리스도교도와 석공들이 커다란 바위 속을 파내서 성당, 수도승의 거실 등을 만든 곳이다. 그 기원은 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나 지금 우리들이 보고 있는 것은 13세기에 파낸 것이다. 도대체 파낸 그 많은 돌들은 어디에 있을까? 역시 아르메니아는 '돌의 나라'다. 이 수도원은 지형을 잘 이용하여 산을 파서 여러 건물을 만들었는데 천장위에 구멍을 뚫고 햇빛이 들어오게 하고 있었다. 이 수도원은 중세 아르메니아의 수도원 건축과 장식예술이 잘 보존되고 있는 완벽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었으며, 2000년에 UNESCO의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었다.

게가르드 동굴 수도원에서 6km 돌아와서 가르니 신전(해발1400m, 30℃)으로 왔다. 아자트 강 상류의 가르니 계곡 절벽 위에 BC 3세기경 요새가 축조되고 아르메니아왕의 여름궁전으로 사용되던 곳인데 17세기의 지진으로 모두 파괴되어버렸다. 그러나 지금은 1976년에 재건된 태양의 신전을 볼 수 있다. 24개의 기둥에 받쳐진 신전은 그리스 문명의 영향을 받아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을 연상케 하며 <불과 태양의 신>에게 받쳐졌다. 파란색과 검은 색 현무암을 사용한 신전에는 우아한 기풍이 감돌고 있다. 신전 옆에 3세기의 목욕탕이 유리로 둘러진 작은 집속에 있다. 목욕탕은 3개의 방으로 되어 있으며 지금도 수복작업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