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광 선생의 코카서스 여행기
2007년 7월 31일 (화, 제10일) 해안의 절벽 길을 약30분 달려 아루프카 궁전에 갔다. 이 궁전은 제정러시아의 시정관(市政官), 미하일·보론초프 백작의 저택을 박물관으로 공개하고 있다. 얄타의 남서 16km의 해변에 건축된 이 저택은 어제 본 러시아황제, 니콜라이 2세의 여름별장, 리바디아 궁전보다 더 크고 멋지다. 이 궁전에서 앞에는 푸른 바다, 뒤에 석회암의 하얀 아이페트리 산이 올려다 보인다. 1846년, 영국의 건축가가 지었다. 북쪽의 외관은 영국 '츄다 양식'이지만 흑해 해변의 남쪽은 아라베스크 문양과 코란의 한 구절로 장식된 돔(dome)이 있어 마치 이슬람궁전을 보는 것 같다.
안에 들어서니 내부도 호화롭다. 어찌하여 <황제의 별장보다 더 요란한 저택을 백작이 소유할 수 있었을까?> 하고 의아해 했더니 보론초프 백작은 황제의 환심을 살 수 있게 잘하여 가끔 황제도 이곳에 와서 며칠씩 머물렀다고 한다. 벽에 걸려있는 많은 초상화 중에서 '포템킨 장군'의 초상화를 발견했다. 그 유명한 [전함 포템킨 호]가 이 장군의 이름으로 명명되었다.
아루프카 궁전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마산드라 브랜드'의 크리미아 와인 시음장으로 갔다. 안에 들어가니 한 사람 앞에 여러 가지 와인이 10잔씩 놓여 있다. 와인 하나하나의 설명을 들으면서 한 종류씩 향과 맛을 보았다. 한 종류씩 맛보고는 물로 입을 헹구어 먼저 마신 와인의 맛을 지워버리고 다음 와인을 맛보는 식으로 10 종류의 와인을 시음(試飮)했다. 와인에 관해 문외한인 나도 서로 다른 향과 맛임을 알 수 있었으며 약간 단맛이 나는 와인이 더 좋았다.
오후에 '제비 둥지'를 보러 간다고 하기에 어떤 곳인가 했더니, 시간이 없어 전망대에서 먼 곳의 '제비 둥지'를 쳐다만 본다고 해서 조금 실망했다. 이 '제비 둥지'의 사진은 얄타를 소개할 때는 반드시 등장할 만큼 유명하다. 지금은 '제비 둥지'는 얄타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되었으며 안에 고급식당이 있다고 한다. 전망대에서 멀리 보이는 '제비 둥지'는 <아이·토도르> 벼랑의 절벽 끝에 1912년, 독일의 한 부자가 지은 성이다. 그 곳에 서면 왜? '제비 둥지'라고 하는지 알 수 있다고 하나 갈 수 없었다.
근처에 있는 [체호프의 집 박물관]으로 갔다. 1897년 3월,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Anton Pavlovich Chekhov, 1860~1904)는 결핵으로 각혈하면서 고생했다. 의사로서 그는 꽤 오래 전에 결핵의 증상을 자각했으나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스스로 '병자나 다름없는 자신'의 상태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주위의 권유로 얄타에 별장을 지었다. 그는 가족과 같이 만년의 5년간을 이곳에서 지냈다. 체호프는 이곳에서 '막심 고리끼' 와 톨스토이 등 문인들과 교유를 즐기면서 [세 자매, 1901], [벚꽃 동산, 1903] 등 많은 작품을 썼다.
큰 길에서 별장입구 계단을 내려가서 왼쪽 전시관에 체호프의 책상과 많은 사진, 원고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체호프 자신이 만들었다는 벚나무, 대나무 등이 심어져 있는 넓은 정원 안쪽의 하얀 3층 건물이 그가 살던 집이다.
서재, 거실, 침실, 식당, 가족들의 방 등이 그가 살던 당시 그대로 잘 보존되고 있다. 거실에 놓여있는 피아노는 라흐마니노프, 샤라핀(천재 성악가) 등 음악가들이 놀러 와서 자주 연주했다고 한다. 나는 100여 년 전, 이 거실에서 체호프, '막심 고리끼', 톨스토이, 라흐마니노프, 샤라핀 등 거장들이 같이 어울리고 있는 광경을 상상해 보았다.
오후 늦게 마산드라 궁전으로 갔다. 이곳에서도 제정러시아 황제가족의 당시 생활상을 볼 수 있었다. 궁전입구의 오래된 커다란 나무가 세월의 흐름을 말해주고 있었다.
현지가이드 니나(여)가 우크라이나 독립 후의 어려움을 말해 주었다. '구 소련연방'으로부터 분리 독립 후 우크라이나는 경'제적으로 어려워져 노인들이 노후연금을 한 달에 $78(7300원)밖에 못 받게 되어 '구 소련'으로부터 분리 독립 전의 1/10의 금액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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