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경제발전 주력할 때"
최근 눈부신 경제성장과 함께 사회 양극화 등 각종 모순이 제기되고 개혁세력들의 민주화 요구가 빗발치자 중국 최고지도부가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특히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 양회(兩會) 개막을 불과 며칠 앞둔 27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사회주의 초급단계의 역사적 임무와 대외정책의 몇가지 문제에 관해'라는 제목의 연설문을 통해 경제발전에 매진할 때라고 강조한 것은 경제에 도움이 안되는 민주화 논쟁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다음달 초 열리는 양회와 올 가을 개막하는 제17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7전대)를 앞두고 공산당 내부 개혁세력과 진보적 지식인들 사이에서 민주화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져 왔다.
중국의 개혁파 이론가 셰타오(謝韜) 전 중국인민대학 부총장은 지난 20일 공산당이 발간하는 주간지 사설에서 제국주의 몰락 이후 3개의 사회제도가 생겼다면서 중국이 지향해야 할 모델로 노르웨이식 사회민주주의를 제시했다.
또 저우루이진(周瑞金) 전 인민일보 편집인도 이달 초 남방도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안정을 위협하는 경제적, 사회적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개혁 단행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자바오 총리는 "우리는 민주주의제도 건설에 있어서 우리 식의 길을 걸어야 한다"라고 선언하고 서구식 민주주의제도 도입 요구를 전면 거부, 최근 민주화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중국 최고지도부는 이어 정치제도 개혁은 꾸준히, 그리고 점진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 제4세대 지도부의 원칙이라는 것을 다시 강조하고 지금은 경제발전에 주력할 시기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원 총리는 이런 판단을 내린 근거로 중국이 현재 처한 발전단계가 사회주의 완성단계가 아니라 초급단계라는 점을 지적하고 앞으로 중국의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성급하게 서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사회주의 초급단계'란 지난 1987년 중국 공산당 13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당시 자오쯔양(趙紫陽) 총서기가 구체화한 것으로 중국은 생산력이 낙후해 생산력 발전에매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쩌민(江澤民) 당시 총서기는 이에 따라 지난 1992년 열린 공산당 14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생산력 발전을 위해 시장제도의 전면적인 도입이 필요하다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론'을 채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