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장례식이 세계 각국의 정치·종교 지도자들과 신도들이 참석하고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8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5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엄수됐다.
교황 선종 엿새 만에 열린 장례식은 성 베드로 성당 안에 안치된 교황의 시신이 성당 밖 제단으로 운구된 뒤 장례미사, 하관식, 안장 순으로 장엄하게 거행됐다.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의 대표 집전으로 열린 장례미사에서는 설교, 대륙별 대표들의 예물 봉헌으로 시작된 성찬의 전례, 성체를 받아 모신다는 의미의 영성체 의식이 진행됐다.
요한 바오로 2세의 시신은 3중관에 입관돼 본인의 유언에 따라 성 베드로 성당지하의 땅 속에 내려져 고국 폴란드에서 공수된 흙으로 덮인다.
요한 바오로 2세는 당초 요한 23세(1881~1963년)의 관이 있던 자리 땅 위에 안치될 예정이었으나 “땅 속에 묻히고 싶다”는 고인의 유언에 따랐다.
이날 장례식에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모하마드하타미 이란 대통령,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 등 전 세계 100여개국의 국가원수 및 고위 인사들, 다른 종교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해 인류사에 큰 족적을 남긴 교향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수환 추기경, 주교회의 의장인 최창무 대주교와 총무인 장익 주교, 이해찬 국무총리가 이끄는 민관 조문단이 참석했다.
장례식장 정면 왼쪽에는 추기경단과 주교단 등 각국 성직자 600여명, 오른쪽엔 이탈리아 정부 지도자들과 100여개국 국가원수 및 고위 인사 1천400여명, 정면 아래쪽에는 각국 조문단 대표들이 자리했다.
광장에서 테베레강 쪽으로 뻗어있는 콘칠리아치오네 대로와 주변 도로들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가톨릭 신도와 로마 시민들이 운집했다.
성당과 광장 등 시내 곳곳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앞에도 수많은 인파가 모여들어 현장 중계를 지켜봤다.
이날 장례식을 보기 위해 교황의 고국 폴란드에서 200만명 등 전 세계에서 최고 400여만명이 몰려든 것으로 추산돼 인구 270만명의 로마 시내는 큰 혼잡을 빚었다.
당국은 원활한 장례 진행을 위해 오전 2시부터 오후 6시까지 대중교통수단을 제외한 일반 승용차와 트럭의 로마 시내 통행을 금지하는 전례없는 조치를 취했다.
이탈리아 군경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8㎞ 반경 로마 상공에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했으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대공 미사일, 저격수, 폭발물 탐지팀을 동원해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또 바티칸 앞을 흐르는 테베레 강에는 해군 순찰 경비정이 배치되는 등 육·해·
공 합동 보안 작전이 펼쳐졌다.
당국은 이날 8천여명의 보안 요원을 장례식장 주변에 배치했고 사복경찰 2천여명이 동원해 성 베드로 성당 안팎에서 암행 순찰 활동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