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모임, 임채동 복싱클럽
 “복싱 너무 재미있어요. 살 빠지는 건 기본이고…,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예요.”
 지난 22일 오후 7시, 직장인 관원들이 많다는 임채동 복싱 클럽(회장·김철호, 이하 임복동)을 찾았다. 인천 계양구에 위치한 체육관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강렬한 땀냄새가 진동했다.
 경쾌한 음악이 울리는 가운데 여기저기서 줄넘기, 기본동작, 샌드백 치기, 스파링 등 제각기 훈련에 몰입한 남녀 관원 30여 명의 모습이 체육관 가득 눈에 들어왔다.
 이들은 전 한국 주니어 페더급 챔피언 임채동(37)씨가 운영하는 체육관 소속 관원이자 그의 열혈 팬들이다. 모임 명칭도 ‘임복동’(약칭·임채동 복싱을 사랑하는 동호회)으로 지은 이들은 웬만한 선수 못지않은 훈련량을 과시, 하루가 멀다하고 체육관을 찾는 마니아들이다.
 특히 최근에는 몸매 관리를 위해 복싱을 해보겠다고 덤벼든 맹렬 여성들까지 가세, ‘금녀(禁女)의 벽’마저 허물며 더이상 복싱이 비인기종목란 말을 무색게하고 있다.
 임 관장은 “온 국민이 좋아하던 국민스포츠 복싱이 한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사양 종목으로 전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 다시 웰빙붐을 타고 일반인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복싱 명문 계산공고의 현직 코치로 재직하면서 지난 6월 동료들의 도움으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체육관을 개관한 임씨는 기대 이상의 호응에 스스로도 놀랬다.
 체육관 개관과 동시에 평소 가깝게 지내던 김철호 회장(42)이 중심이 돼 직장인 동호회를 결성, 지금은 30여 명이 넘는 회원들이 체육관의 전반적인 운영을 책임질 만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임 관장을 선수시절부터 잘 알고 있었다는 김 회장은 체육관을 개관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망설임없이 회원으로 등록, 복싱에 입문했다. 처음에 그저 그를 아끼는 팬의 한 사람으로서 체육관을 찾았지만 지금은 직접 회원들의 스파링 파트너를 할 만큼 실력을 갖췄다. 복싱을 시작한지 4개월만에 담배도 끊고 몸무게도 7∼8㎏을 줄였다는 그는 주위에서도 딴 사람이 됐다고 할 만큼 외형적으로도 많이 달라졌다.
 직장여성 권현정(32)씨도 “살 빠지는 건 둘째치고 복싱이 너무 재미있다. 생활에 활력소가 되다 보니 예뻐졌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며 복싱 예찬론을 폈다.
 ‘여자가 무슨 복싱이냐’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무섭고 생소하다’는 선입견을 깨뜨리고 처음 체육관 문을 두드렸을 때만해도 권씨는 사실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을 지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입문 4개월째 식이요법과 복싱을 꾸준히 병행한 결과 10㎏ 이상을 감량, 그동안 수영이며 헬스며 100만원이 넘는 몸매관리센터 등에서 다이어트에 실패한 끝에 권씨는 마침내 복싱에서 구원을 만난 셈이다.
 30분 가량 남자 파트너에게 신나게 펀치를 쏟아 부은 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마에 맺힌 땀을 쓸어내린 권씨는 이제 밤길도 무섭지 않다며 직업을 보디가드로 바꿔도 될 것 같다고 명랑하게 말한다.
 더욱이 이들 모임 중에는 권씨와 같은 여성 복서들의 활약이 남성 회원들을 능가하고 있다. 이달 초 충북에서 개최된 제85회 전국체전에서 오혜리(17)·선히(19) 자매가 시범종목으로 벌어진 여자 일반부 경기에 인천 대표로 출전,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다.
 단순히 복싱 기본동작에 스텝을 넣어 만든 복싱에어로빅보다 남자들과 똑같이 체조, 러닝, 줄넘기 등 기본 훈련과 스텝 익히기, 샌드백 치기, 스파링 등을 단계별로 적절히 조절, 강도와 재미를 더하는 것도 이들 모임이 갖는 강점이다.
 또한 최고령 복서로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을 준비 중인 황선만(52)씨를 비롯한 10대 수험생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것도 이들 모임의 자랑이다. /지건태기자 guntae@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