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중국의 서로 다른 계층 갈등을 실감 있게 그려내 당시 지식인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던 차우위(曺禑)의 리얼리즘 희극 ‘일출(日出)’.
 전 중국을 울리며 차우위를 중국의 세익스피어로 떠오르게 했던 그 2시간짜리 희극이 작가의 딸이자 소설가인 완팡(万方)에 의해 23부작 텔레비전 드라마로 개작됐다가 10개월 간의 촬영 끝에 베이징(北京) 시청자를 찾아왔다.
 완팡은 아버지인 작가 차우위의 의도를 그대로 살리되 희극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를 오늘 우리에게 전달하기 위해 ‘확장 개업’이 불가피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이야기가 좀 달라졌다.
 원작의 주인공인 ‘날마다 남자를 바꾸며 웃음을 팔던’ 기생 천바이루(陳白露)가 진정한 사랑을 찾아 한 시인과 동거하다 실연당한 뒤 밤무대로 나섰다가 한 늙은 악덕 은행가의 집에 눌러 앉게 되는 비극적인 지식여성으로 변했다. 무대도 천바이루가 몸을 팔던 조그만 방에서 상하이 상류 사회의 대저택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슬픔을 감춘 냉소가 오히려 그 여자의 매력이 되어 뭇 남성들의 간장을 타게 만들면서도 끝내 생명과 자유를 추구하다 실패하고 자살의 길을 택하는 천바이루의 삶을 통해 날마다 어둠을 가르며 떠오르는 태양조차 비치지 못하는 곳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건 원작에 다를 바 없다.
 그 누구도 흉내내기 힘든 천바이루 역에 다시 없는 적격자로 뽑힌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날마다 치파오(旗袍:중국 전통 여성복장)를 입고 그녀만을 사랑하며 아이를 가지는 일마저 미루고 연기에 매달린 쉬판(徐帆)이 단연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