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하면 과거 어둠침침한 서울의 위성도시 쯤으로 인식 됐다. 회색빛 거리엔 먼지가 뿌옇게 날렸고, 시내엔 서울을 오가는 직행버스들만이 휑 하니 질주하기 일쑤였다. 철커더컹 철커덕컹 전철소리는 굉음으로 귀를 때렸다.
 양귀자의 소설 ‘원미동 사람들’ 정도가 그나마 부천이란 도시를 을씨년스런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역할 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부천엔 문화의 꽃망울이 송이송이 맺히고 있다. 그 가운데 만개한 것도 있다. 잿빛 거리는 울긋불긋한 꽃의 숲으로 바뀌고 산뜻한 빛깔의 시내버스들이 도심을 분주히 오간다. 전철의 소리도 이젠 뿌-웅 하고 힘차게 출발하는 기관차처럼 역동적인 힘이 느껴진다.
 도시를 이렇게 변모시킨 것은 다름아닌 ‘부천의 5대문화사업’의 힘이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BPO),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 부천국제대학애니메이션페스티벌(PISAF), 부천만화정보센터(BCIC), 복사골 예술제 등 부천은 시차원에서 이 5개 문화사업을 매우 의욕적으로 추진중이다. 시는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고, 각 조직위원회가 튼실한 씨를 뿌린다. 그리고 알콩달콩 함께 열매를 키워가고 있다.
 이들 문화사업들은 부천과 인천, 경기도는 물론 전국,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얻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축제성격의 행사들을 만나본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
 국내외 유수 영화제와의 차별성이 두드러 진다. 젊은 도시를 지향하는 부천시의 위상에 어울리는 환상과 사랑, 모험을 주제로 지난 97년 시작, 지난해까지 모두 6차례가 개최됐다.
 그러면서도 어린 아이들부터 헐리우드 대중영화를 좋아하는 일반 관객들, 그리고 판타스티 영화만을 좋아하는 매니아들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개방적이고 폭넓은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아직 다양화 되지 못한 한국 대중영화의 저변을 확대하고 관객들에게 다양한 장르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또 앞으로 5년에서 10년 뒤 거장으로 인정받을 만한 미래 시네아티스트들의 작품에 미리 주목, 관객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7월11일∼20일까지 열흘간 열렸던 ‘PiFan 2002’는 헤어조크, 피터잭슨,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특별전 등 모두 37개국 173편의 영화가 선을 보였다. 이 기간 5만8천여명의 관객들은 잊을 수 없는 추억과 환상을 안고 돌아갔다.
 ‘PiFan’은 아시아에선 최초로 유럽판타지영화제연합(EFFF) 회원으로 가입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인지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더불어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제로 위상을 굳혀가는 상태다.
 올해 역시 7월11일쯤 ‘개막의 나래’를 펼친다.
 #부천국제대학애니메이션페스티벌(PISAF)
 세계 유일의 학생 전문 애니매이션 축제이다. 지난 99년 처음으로 개최한 이래 지난해까지 내용과 규모면에서 일취월장하고 있다.
 ‘PISAF’는 국내 만화도서 출판 현황을 총 결산하고 국내외 출판만화산업계의 향후 트랜드를 전망한다. 이와 함께 만화를 기반으로 하는 캐릭터, 애니매이션 등 관련 산업 육성의 직간접 효과를 유도하는 것은 물론, 작가와 출판사들의 창작물과 아이템을 교류함으로써 다양한 사업기회와 고용창출까지 유도한다.
 특히 축제의 ‘아이덴티티’를 중국, 일본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출판만화시장 구축에 둠으로써 향후 세계 출판만화의 견본시장으로의 큰 축을 이루고 있다.
 5회대회인 지난해의 경우 애니매이션 영화제, 전시회, 워크숍, 심포지움 등을 통해 만화의 기술적, 학술적, 산업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프로그램을 진행, 주목을 받았다.
 ‘국제코믹북페어’ 출판만화전에선 국내외 80여개 출판사의 수준 높은 만화도서를 소개했고, ‘한국만화캐릭터인형전’을 통해 ‘짱’ ‘꺼벙이’ ‘임꺽정’ 등 7개 작품의 30여개 만화캐릭터 인형을 선보여 아이들의 눈길을 휘어잡았다. 보통 10월에 개최된다.
 #복사골 예술제
 ‘계절의 여왕’ 5월에 펼쳐지는 이 축제는 올해로 19회를 맞는다. 5대 문화사업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셈이다.
 ‘복사골예술제’는 부천예총이 처음 개최할 때만 해도 ‘예술인들의 축제’였지만 지금은 ‘80만 부천시민의 축제, 모든 예술인들의 축제’로 성장했다.
 오는 5월3일부터 펼쳐지는 이 축제에선 ‘시민노래 경연대회’ ‘학생 시민 백일장’에서부터 ‘열린 미술축제’ ‘거리예술의 향연’에 이르기까지 모두 28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예술인들의 프로그램으론 ‘복사골 무용제’ ‘복사골 연극제’ ‘부천 미술제’‘복사골 음악제’ ‘시민영화제’ ‘복사골 중창경연대회 및 합창제’ 등이 마련된다.
 ‘복사골 무용제’에선 태평무, 장고춤, 소고춤 등 한국무용과 발레 현대무용을 접할 수 있다. ‘부천미술제’에선 30대, 40대의 젊은 작가들을 초청, 한국화, 양화, 수채화, 디자인, 서예와 조각, 공예, 설치미술 등 다채로운 미술양식을 만날 수 있다.
 이병선 부천예총 사무국장은 “예술인들의 갈고 닦은 기량을 뽐내는 자리였지만 지금은 시민이 참여하는 것을 지향한다”며 “지난해만도 40만명이 참여했다”고 말했다.<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