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최고가 경신한 작가,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 '절구질하는 여인'·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 등
8월부터 내년까지 서울·과천·청주서 전시 예정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모네, 샤갈, 달리, 고갱, 르누아르 등 이름만 들어도 입이 '떡' 벌어지는 세기의 명작들. 이 모두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국립현대미술관에 내놓은 컬렉션들이다.

지난 4월28일 이건희 회장 유족 측이 소장품 1만1023건, 약 2만3000여 점을 각각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하면서 여러 지자체에서는 앞다투어 '이건희 미술관' 유치 경쟁에 뛰어드는 등 미술계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엔 역대 최대 규모인 1400여 점의 기증이 이뤄진 가운데 대표 기증 작품 10점이 베일을 벗었다.

▲ 김환기 작가의 1950년대 作 '여인들과 항아리'.
▲ 김환기 작가의 1950년대 作 '여인들과 항아리'.

매년 경매가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작가 김환기의 1950년대 作 '여인들과 항아리'가 현대미술관에 기증됐다. '여인들과 항아리'는 분할된 배경 위에 사슴, 여인, 도자기 등을 단순화시킨 형태로 김환기의 50년대 작품에서 보이는 특징이다. 이 작품은 281×568㎝ 크기의 대형 작품으로 그가 한국의 전통미에 주목했다는 사실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이 경매에 나온다면 김환기 작품 중에서도 최고 규모로 평가받는 한국미술품 최고가(김환기 作 '우주') 약 132억원 경신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 박수근作 '절구질하는 여인'.
▲ 박수근作 '절구질하는 여인'.

토속적인 우리네 풍경을 담아낸 작가, 국내 현대 미술사에 대표적 인물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도 국립현대미술관이 보유하게 됐다. '절구질하는 여인'은 노동하는 여인의 모습을 주요 소재로 삼았던 박수근 작품의 특징이 잘 보여지는 작품이다. 60호 크기의 대작이며 박수근 작품으로써는 희소성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작품가는 45억2000만원에 낙찰된 박수근의 작품 '빨래터'의 3배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건희 회장이 살아생전 가장 애착을 가졌던 '최애' 작가 이중섭의 1950년대 작품 중 하나인 '황소'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를 통해 볼 수 있게 됐다. 황소는 붉은색 배경으로 소가 내뿜는 힘찬 기운을 강조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헤어진 가족과 곧 만날 수 있으리라 희망을 품었던 시기에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섭이 사망 3년 전인 1953년에 그린 황소가 2010년 35억6000만원에 낙찰됐던 것에 비춰 붉은 배경의 이번 '황소'는 그 이상의 가치가 점쳐지고 있다.

▲ 모네作 '수련이 있는 연못'.
▲ 모네作 '수련이 있는 연못'.

프랑스 인상주의 화풍의 창시자인 끌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도 기증됐다. '수련이 있는 연못'은 모네가 자택에서 연못에 핀 수련을 주제로 250여 점의 작품을 제작했는데 이 연작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수평선을 드러내지 않은 평면적 구성을 통해 수면에 반사된 빛만을 표현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작가가 백내장으로 시력을 점차 잃게 된 후기 작업의 추상화 경향을 보여준다. 수련 연작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 '수련 연못'이 예상 낙찰가 약 445억원으로 추정돼 이건희 회장의 기증 作 '수련이 있는 연못' 또한 비슷한 수준의 가격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그동안 모네와 피카소 작품을 소장하지 못했으나 이번 모네 작품 소장은 의미가 클 것으로 보인다.

 

▲ 샤갈作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
▲ 샤갈作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

사랑과 동경, 그리움을 환상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로 표현해 내는 작가, 마르크 샤갈의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도 주목되는 작품이다.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에서 연인과 꽃이 묘사된 도상은 샤갈 작품의 주요 특징이다. 푸른색과 붉은색의 색채 대비가 눈에 띄는 작품으로 몽환적인 분위기와 밝고 강렬한 색채 등에서 샤갈 작품 특유의 스타일이 돋보인다. 샤갈의 작품은 지난 2019년 11월 서울 옥션 홍콩 경매에서 낙찰가 37억6000만원(파리의 풍경)을 기록한 바 있다.

이 밖에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로우스 가족', 카미유 피사로의 '퐁투아즈 시장',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책 읽는 여인' 등이 대표 기증품으로 소개되고 있다. 특히 폴 고갱의 '무제'는 고갱이 전업 화가로 활동하기 전 회화 연구소에서 그림을 배우던 시기에 제작한 작품으로 고갱이 자신의 독자적 화풍을 형성하기 이전의 작품이며 사실적인 묘사에 바탕을 둔 인상주의적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이번 기증 작품들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과 과천, 청주에서 오는 8월을 시작으로 9월과 내년까지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