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움 건설교통위원회 위원
▲ 유세움 건설교통위원회 위원.

놀이터에 대한 연구와 사례 조사를 하며 느끼는 점들이 많다. 놀이터를 보는 시각이 다양했다는 점을 깨달았고, 필자 또한 놀이터에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지냈다는 것을 반성했다. 그래서 지난 5∼6차 토론회에선 아이들을 초대하고 그들의 입으로 생생한 의견을 들었다. 이는 필자의 오류를 점검하고, 인천시가 추구해야 할 놀이터의 방향에 대한 논의를 위함이었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준수하고, 부담스러운 상황에도 흔쾌히 참석해 열렬히 토론에 임해준 학생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다음은 아이들이 지적한 놀이터의 문제점들이다. 여기에 필자의 생각을 함께 적어봤다.

첫째, 놀이터를 중심으로 동네를 판단한다. 성인들은 학군과 편의시설, 교통 등을 중심으로 지역을 판단하지만, 아이들은 놀이터를 중심으로 동네를 판단한다고 한다. 친구 동네 놀이터가 좋을 때, 그 동네는 살기 좋은 곳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아파트 단지와 빌라 단지로, 이 안에서 다시 신도심과 원도심으로 나뉠 것이다. 아이들이 판단하는 좋은 동네는 그중에서도 '놀이터'가 있는 동네라고 한다. 놀고 싶은 놀이터가 있는 곳에 사는 친구, 그렇지 않은 친구로 나뉘는 것이다. 이때 소외감과 그들 안에서의 차별이 암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그 차이와 차별을 만드는 것은 과연 누구인가. 바로 어른들이다. 사회는 차별이 나쁜 것이라 가르치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지만, 차이와 차별을 만드는 것은 그 이야기를 하는 어른들이다. 놀이터에서도 아이들은 차별을 경험하는데, 세상은 이것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억울하면 더 좋은 놀이터가 있는 우리 동네로 오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 것 같다.

둘째, 아이들은 놀이기구를 타려고 놀이터에 오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놀기 위해 온다. 어른들의 착각은 아이들이 놀이기구를 타러 놀이터에 간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난 이야기에서도 언급했듯이 아이들에게 놀이터는 '놀이기구가 있는 곳'이 아니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관계를 형성한다. 그것은 어른들의 관계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놀이터는 도서관처럼 얼마 남지 않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이라 이야기한 바 있다.

셋째, 놀이터 크기가 협소하고 제한적이다. 놀이터 면적 대부분을 놀이기구가 차지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뛰어놀 만한 공간이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있다. 놀이터가 넓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뛰어놀라고 만든 놀이터에서 어른들은 뛰지 말라고 외치는 모습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아이들은 집에서도 못 뛰어놀고, 놀이터에서도 못 뛰어논다. 자유롭게 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공간적 간격을 충분히 확보해 안전사고도 방지해야 한다.

넷째, 이용 연령대가 폭넓지 않다. 놀이터를 이용하는 데에는 연령 제한이 없다. 그런데 우리 놀이터는 대부분 유아와 저학년으로 놀이기구 크기가 제한적이다. 신체가 성장하면 놀이기구를 이용하지 못한다. 어느 나이쯤 되면 놀이터에 안 간다고 한다. 반대로 어느 나이쯤 되면 놀이터에서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것 아닐까. 가만히 보면 놀이터들은 한계와 제한을 많이 두는 것 같다. 놀이터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기보다 필요에 의해 흉내를 낸 듯하다. 필자도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우리 동네에 있었으면 좋겠다.

다섯째, 놀이터를 갈 때 지나다니는 도로의 문제, 바로 지난 글에서 지적했던 문제를 아이들도 똑같이 말하고 있다. 몇몇 놀이터들은 횡단보도도 없는 길가를 지나야 하기 때문에 위험하고, 사고가 날 가능성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곧 방치이다. 놀이터 부지를 설정하고 주변 환경과 이용자 편의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놀이터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필자는 지난 글에서 이것을 '섬 같은 놀이터'라고 표현했다. 원도심에 특히 이런 문제들이 많이 있는데, 이것들을 정비해나갈 때 도시 재생적 측면과 사람 중심의 도시 정비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지적하고 이야기한 문제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것들을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무슨 놀이터냐'라고 했던 주변 분위기도 꽤나 많이 바뀌었다.

필자가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 놀이터에만은 반드시 변화를 주고 싶다. 그리고 그곳에서 뛰노는 아이들이 차이와 차별을 경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도시가 그들에게 믿음을 주길 바란다. 더 이상 놀이터가 일탈과 사건의 공간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다.

놀이터 주변을 둘러싼 쓰레기 문제를 시작으로 놀이기구, 놀이터의 접근성과 기능 등으로 의제가 확장되고 이와 관련한 토론회가 진행됐다. 그리고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놀이터 연구를 지속할 것이다. 이 일을 하며 점점 더 확신을 갖게 된다. 놀이터의 변화는 곧 우리 미래에 대한 변화이자 투자이다. 놀이터의 아이들이 세상을 바꿀 것이다. 원도심과 신도심의 차별도 존재하지 말아야 하며, 그 중심에 아이들이 있어야 한다. 놀이터는 아이들이 처음 겪는 '차이와 차별의 공간'이 아닌 처음 겪는 '평등과 자유의 공간'이어야 한다. 지치지 않고 미래의 놀이터를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약속한다. 아이들과 협조해준 많은 분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