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혐의를 받는 사람들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이 잇따르고 있다. 사법부의 판단에 섣불리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지만, 부동산 투기에 대한 경찰수사 동력이 상실될까 우려된다. '부동산 투기 비리 공직자는 구속수사하겠다'는 정부 차원의 원칙도 흔들리고 있다.

인천지법은 업무상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통한 부동산 투기로 3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 전 인천시의원(61)에 대한 구속영장을 20일 기각했다. 부동산 투기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것을 기각 사유로 제시했다.

앞서 경찰은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인천 중구청 6급 공무원(49)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경기도에서도 부동산 투기 사범에 대한 영장 기각이 잇따르고 있다. 사법부는 수년 전부터 중대한 범죄 혐의가 아닌 한 가급적 구속하지 않고,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 범죄 혐의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그동안 구속수사가 남발돼온 것을 고려한 조치다.

하지만 공직자들이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한 행위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그럼에도 법원은 단순히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있다. 물론 사법부가 국민 정서나 여론을 의식해 구속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되고, 법리적 해석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공직자 부동산 투기는 결코 가벼운 범죄가 아니며, 증거인멸 여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영장을 기각했다가 결과적으로 수사에 지장을 초래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게다가 불구속 조치로 부동산 투기 사범들 가운데 “호들갑을 떨더니 별거 아니네”라고 인식이 퍼질까 우려된다. 법원의 의도와는 달리, 일반인들은 구속영장 기각을 무죄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영장 기각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흐트러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또한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최대 사건으로 간주돼 경찰이 명운을 걸고 수사를 펴는 상황에서 그들의 힘을 빼는 요인으로 작용할까 걱정된다. 경찰들 사이에 “계속 영장이 기각돼 허탈하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사법부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법리적 해석에 상식와 합리가 뒷받침될 때 더욱 무게를 갖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