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은 기혼자가 다른 이성과 맺은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불륜”이라는 식의 이중잣대를 사용할 때 쓰는 말이다. 1980년대 초반 학생들 사이에 퍼진 '내가 하는 연애는 로맨스, 남이 하는 연애는 스캔들'이라는 표현이 그 시초라고 한다. 정치권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96년 신한국당의 박희태 의원이 “야당의 주장은 내가 바람을 피우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부동산을 하면 투자, 남이 사면 투기라는 식”이라는 표현을 쓰면서부터였다.

당시 1996년 총선으로 형성된 여소야대 국회를 뒤집기 위해 여당인 신한국당이 야당 의원 빼내기 공작을 추진했고, 야당이 이를 비판하자 여당이 이렇게 대응한 것이다. 이후 '내로남불식' 행태는 정치권을 포함한 전 사회영역으로 확산되었고, 급기야 뉴욕타임즈지가 지난 4월 재보선 결과를 평가하면서 우리말 내로남불을 그대로 영어로 옮겨서 'Naeronambul'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정부여당의 지난 4월 재보선 참패요인은 조국 사태, LH사태 등을 통해서 문재인 정부가 그간 비판하고 개혁하려고 했던 교육, 부동산 정책에서의 불공정한 행태를 자신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면서 이 표현을 인용한 것이다.

한국법제연구원의 2019 국민법의식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대다수 국민들이 자신은 법을 잘 지키는데 ('전혀 지키지 않는다' + '지키지 않는 편이다' 1.5%)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다('전혀지키지 않는다' + '지키지 않는 편이다' 26.2%)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식 사고방식이다. 심리학에서는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착하다고 생각하는 내로남불식 태도는 인간 본능인 자기애(自己愛) 또는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기인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내로남불식 행태는 우리 사회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특정 부류의 사람들에게 한정된 것도 아니다. 가정, 학교, 직장, 종교단체 그 어디서든 쉽게 나타난다. 그만큼 보편적이다. 성경에도 '왜 너는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느냐?'는 표현이 이곳저곳에서 나온다.

내로남불식 태도는 부도덕하거나 불법적인 행동이라 하더라도 자기가 하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남이 하면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니 대화와 타협을 통한 건설적인 문제해결이 어려워지고 대립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힘없는 개인이나 집단의 몫이다.

내로남불식 태도를 가지고 있으면서 진영논리까지 동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는 대립과 갈등으로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다. 돌멩이 하나가 고요한 호수의 분위기를 망가뜨리는데, 여러 개의 돌멩이가 호수로 날아든다면 어떨까.

큰 것(경제적 부나 자녀교육)을 위해서는 작은 것(법)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우리 국민의 편법주의와 내로남불식 태도는 언론의 측면 지원을 받은 정치인들의 탓이 크다. 그러나 국민 또한 그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모든 것을 사회지도층의 탓, 책임으로 돌리고 자신의 내로남불식 태도는 바꾸려 하지 않으니까.

우리 사회에서 남의 불법 편법 행위만 문제 삼는 내로남불식 행태를 추방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국회의원 등 정치지도자들이 솔선수범해서 바른 행동을 하고 바른 정책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동료 정치인이든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이든 잘못된 행동을 하면 그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선거에서의 승리 때문에 그들의 눈치를 봐서는 아니 될 것이다.

미래의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에게 내로남불식 태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민주시민의 자질과 능력을 길러주는 것도 잊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정영태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