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연 설문조사…작년보다 심각
올해 '불안·우울감' 55.8% 호소

정신과적 진료 필요한 위험군
우울증 17.7%·불안장애 12.7%

정신건강 서비스 필요도는 73%
경기연 “확진자 낙인 해소 정책
국민 눈높이 심리 방역 추진을”

코로나19 장기화로 불안·우울감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 현상이 더 심각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국민 10명 중 1명은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다.

경기연구원은 이러한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담은 '코로나19 팬데믹 1년경과, 멘탈데믹(정신건강 팬데믹) 경고'를 내놨다고 20일 밝혔다.

이 설문조사(신뢰수준은 95%에서 표본오차 ±2.19%p)는 지난달 22∼23일 이틀간 모바일·웹을 이용했으며 전국 17개 광역시·도 20세 이상 2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응답자의 55.8%는 '코로나19로 인해 불안·우울하다'고 답했다. 이는 연구원의 지난번 조사(지난해 4월 전국 15세 이상 1500명) 결과인 47.5%보다 나빠진 수치다.

수면 질도 나빠졌다. '나빠졌다·매우 나빠졌다' 응답 비중이 지난해 20.2%에서 올해는 30.6%로 약 10.4%p 늘었다.

또 정신과적 진료가 필요한 우울증 위험군과 불안장애 위험군도 10%를 상회했다.

PHQ-9(우울증 진단도구)와 GAD-7(불안장애 진단도구)을 기준으로 전체 17.7%가 우울증 위험군, 12.7%가 불안장애 위험군으로 각각 분류됐다.

성별로는 여성(우울증 19.9%, 불안장애 14.0%)이 남성(우울증 15.5%, 불안장애 11.3%) 보다 심각했다. 연령별로 우울증은 20대(22.4%)와 60대 이상(18.3%), 불안장애는 20대(14.9%)와 30대(14.8%)의 비중이 각각 높아 전반적으로 20대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8.3%는 코로나19로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기도 했다. 경제적 어려움(21.5%), 정신적 스트레스(21.5%), 고립감·외로움·인간관계 단절(16.0%), 직장생활 문제(11.1%) 등이 이유였다.

이는 코로나19 확진 두려움이 큰 탓이다. 응답자의 78.1%는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지나친 경계와 심리적 격리 등)'이 있다고 답했는데 이들은 다른 이들보다 불안·우울, 스트레스에 더 민감했다. 이들의 불안·우울감 호소 비중은 84.1%로 전체 평균보다 28.3%p 높았다.

이때문에 심리적 고통을 돕기 위한 정신건강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했다. 필요도는 73.0%로 지난해 조사 당시 49.6%보다 크게 늘었다. 필요 없다는 응답은 8.3%, 보통은 18.8%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응답자 72.1%는 정신건강 서비스의 이용 경험이 없었다.

이러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경기연은 ▲사회적 편견과 낙인 해소 정책 필요 ▲국민 눈높이 심리방역 추진 등을 제시했다.

이은환 경기연 연구위원은 “이번 조사 결과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낙인 인식도가 매우 높았다”며 “이는 대상자들을 사회로부터 심리적으로 격리, 불안·우울감을 더 악화하는 만큼 이를 해소할 캠페인 등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감염병 유행은 국민에게 불안·공포를 가져오고, 이는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국민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정책 접근성을 높이는 등 '국민 눈높이 심리방역 추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