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군 2018년 기간제 노동자
141명 전환 성과 자랑했지만
직종 고려 안 한 일시 정책 불과

결원시 비정규직 채용 입장으로
정부의 근본 목적에서 벗어나
[자료사진]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 결의대회. /인천일보DB
[자료사진]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 결의대회. /인천일보DB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은 취지와 달리 노동시장 양극화를 강화한 측면이 있다. 같은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느 기관에서는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인정된 반면 어느 곳에서는 여전히 인정 받지 못한 사례들이 다수 발견됐다. 기획 2편에서는 이 같은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의 모순과 함께, 이 같은 모순 상황을 초래한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 구성과 심의 과정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2018년 3월6일, 인천 강화군은 보도자료를 하나 낸다. 정부의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기간제 노동자 140여명을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완료했다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다. 실제 강화군은 2017년 7월 기준 190명에 달하던 기간제 노동자 중 141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이듬해 8월부터 정규직으로 근무에 투입했다.

인천 대부분 기초지자체들이 기간제 노동자 수백명 중 10명 안팎 정도 인원을 정규직화 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당시 이상복 강화군수는 “강화군 소속직원으로서 소속감과 평생직장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해 달라”고 정규직 전환 노동자들에게 축하의 말까지 건넸다. 정규직 정책에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 문제다. 강화군은 인건비 상승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정규직) 전환 후 퇴직자가 생기면 정규직으로 계속 채용하지 않기 때문에 인건비가 계속 상승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2018년 1월 강화군 비정규직 노동자 중 정규직으로 전환할 직종과 인원을 결정하기 위해 열린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에서 나온 말이다. 정규직으로 전환한 직종에 결원이 생기면 다시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공공 부문 정규직화 정책의 근본 목적에서 벗어난 방식이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정규직 전환은 '직종'(업무)을 기준으로 전환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비정규직이 수행하는 '업무'를 기준으로 그 업무가 '상시·지속성'이 있다면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침을 세웠다. 상시·지속적 업무란 ▲연중 9개월 이상 계속되고 ▲향후 2년 이상 지속이 예상되는 업무다. 하지만 강화군은 '직종'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정규직 전환을 실시한 셈이다. 군의 이 같은 문제는 당시 정규직 심의위원회에서도 언급됐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한 심의위원은 “(정규직으로) 전환 후 정규직이 퇴사한 뒤 채용하는 사람은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로 채용한다는 것인데, 비정규직을 계속해서 줄이려는 정부 취지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지금 대상자만 정규직이 되고 향후에는 기간제로 다시 채용한다면 전환되지 못한 사람들의 불만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화군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 직종 중) 결원이나 퇴직자가 생긴다면, 업무 난이도나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정규직 채용을 할지 기간제 채용을 할지 그 때 가서 판단해야 할 것 같다”며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이진숙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정책국장은 “공공 부문 정규직화 정책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시행됐고, 인천은 송영길 인천시장 때 시작됐다”며 “당시 인천교통공사 같은 경우 비정규직을 거의 다 정규직화 했는데 지금 다시 늘었다. 결국 정규직 전환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 신규 채용을 다시 비정규직으로 하는 사례가 많은 게 더 큰 문제며, 이에 대한 꼼꼼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주영·김원진·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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