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춤그림 한자리…승무·탈춤 등 42점 통해 '그림으로 만나는 공연'
▲ 김세원 작 '승무'
▲ 장우성 작 '춤'
▲ 이동연 작 '신여협도'

그림이 춤을 춘다. 회한, 두려움, 환희…. 모든 감정과 몸짓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한폭의 그림 안에 담겼다.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이 7월4일까지 2021년 봄 기획전 '정중동(靜中動)의 미학: 한국 현대춤 그림'을 연다. 이번 전시는 춤 그림을 한자리에 모은 국내 최초의 전시로, 이천시립월전미술관 1·2·3·4전시실에서 한국화 대표작가 15인의 작품, 42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공연 관람이 어려워진 코로나 시대에 율동 미 넘치는 춤을 주제로 다룬 한국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그림으로 만나는 공연'이라는 취지를 담고 있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한국화 작가 15인의 독특한 표현방식으로 그려진 여러 가지 춤의 모습을 통해 실제 공연 이상의 감흥과 힐링을 얻을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그간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던 오늘날 수묵채색 인물화의 양상과 특징, 춤과 미술의 관계를 조명하는 학술적 의미도 띠고 있다.

전시에서는 산조춤, 승무, 장구춤, 농악, 탈춤 등이 폭넓게 다뤄졌는데, 이는 모든 면이 달라진 20세기의 사회적 상황 속에 민족의 문화, 정신, 풍속을 잘 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춤을 다룸으로써 작품에 한국성과 전통성을 담아내고자 했다. 전통춤을 소재로 다룬 작품들은 전통춤 특유의 춤사위와 정적이거나 동적인 운동감, 독특한 복식에 주목했다.

또 수묵채색화의 장점 가운데 하나인 변화감이 풍부한 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춤을 그려내고 있다. 이러한 선은 춤을 추는 대상의 형태를 만들기도, 움직임을 나타내기도 하는 두 가지 역할을 담당한다. 또 이번 전시에서는 춤 특유의 동세와 미감을 추상적 표현방식으로 그리는 것을 현대춤 그림의 주요한 경향으로 보여주고 있다. 작가들은 춤사위의 아름다움과 역동성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단순화, 과장 혹은 변형함으로써 표현력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형상성이 감소하긴 했지만 춤 자체의 뉘앙스는 더욱 직접 드러난다. 극도로 단순화시킨 수백 명의 춤추는 군상을 실루엣으로만 표현하기도, 커다란 화면 가득 힘찬 선과 진한 채색으로 물 흐르는 듯, 바람 부는 듯한 춤사위를 그려내기도 한다. 또 콜라주(collage)와 같은 이색적인 기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춤은 추는 사람의 감정과 정서의 발현이자 발산이기도 한데, 추상적 표현방식은 이러한 측면에서 춤 그림을 그리는데 있어서 최적화된 방법이기도 하다.

춤 그림은 당대성(當代性)과 이국적 매력을 선보이는 주제로서도 다뤄졌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낀 오늘날의 소녀가 한복을 입고 칼춤을 추는 모습, 여성 아이돌 그룹이 춤추는 모습 등은 과거에 그려질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제재다. 또 남아메리카, 발리, 태국 등 현지의 춤을 소재로 다룬 그림 역시 마찬가지다. 여행 자체가 쉽지 않았던 20세기 이전과 달리 해외여행이 얼마든지 가능해진 1989년 이후의 새로운 상황 덕분에 가능해진 그림들이다. 이런 작품들의 경우 춤 자체의 특징에 주목하기보다는 독특한 개성미와 이국적 특징을 포착하고자 했다. 자연스럽게 춤사위 자체와 그 움직임보다 춤추는 인물의 외모나 복식 등이 도드라지게 됐다.

한편, 동아시아 불교회화의 원산지라고 할 수 있는 돈황벽화 속 춤추는 보살의 인상적이고 유려한 이미지를 한국 불교회화의 표현방식과 기법으로 재해석하기도 했다.

/홍성용 기자 syh224@incheonilbo.com

/사진제공=이천시립월전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