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안 맡겨 시설엔 보상 못 받지만
'합의 따라 형량 좌우' 범인엔 가능성

골프장이나 헬스장, 사우나과 같은 시설 라커룸에서 명품시계와 현금을 도둑맞은 피해자들은 물건 등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해당 시설 측이 물어 줄 법적근거는 없으나, 재판 과정에서 피의자와 합의를 통해 돌려 받을 수 있다는 게 법조계 판단이다.

용인동부경찰서는 골프장에서 방문객의 물건을 상습적으로 훔친 A씨를 절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용인 지역 골프장을 돌면서 방문객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라커룸에 있던 명품시계와 현금을 훔쳐 달아났다.

그가 훔친 시계만 해도 8점. 한 점당 최소 569만원에서 최대 2500만원을 호가한다.

그가 가져간 현금까지 합하면 1억3500만원에 달한다. 피해자만 무려 11명.

용인동부경찰서는 지난달 9일 용인시의 한 골프장에서 시계를 도난당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CCTV 등을 토대로 A씨를 특정했고, 같은 달 16일 붙잡았다. 당시 A씨 차량에는 고가의 시계 3점이 발견됐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유사 사건을 들여다봤고, 9건의 여죄를 추가로 확인했다.

그러나 A씨 수중에는 시계 3점만 남아 있었다. 나머지는 장물업자를 통해 모두 팔아치웠고, 대부분 유흥비 등으로 썼다.

피해자 11명이 도둑 맞은 시계와 현금이 모두 사라진 셈이다.

통상 방문객이 호텔, 사우나 라커룸에 보관한 가방 등 일반 물품이 도난되면 상법에 따라 시설 측에서 손해배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특례조항인 현행법(상법) 153조에 따라 시설에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

153조에는 영업시설 방문객이 화폐나 고가의 물건을 시설 관리자에게 맡기지 않는 한 시설 측에서는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경찰은 현재 A씨로부터 물건을 산 장물업자를 추적 중인데, 이 과정에서 도난당한 시계를 찾는다면 피해자가 구제를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피의자와 합의가 이뤄질 경우다.

피의자가 절도죄 형량(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손해액을 피해자에게 보상하는 것이다. 다만 A씨가 직장이 없는 상태여서 실제 합의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이승형 변호사는 “절도 사건 재판의 경우 합의 여부가 형량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요소”라며 “피의자도 이같은 이유에서 합의 시도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손해액을 돌려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압수한 물품은 시계 3점과 지갑 등이 전부다. 장물업자를 쫓고 있다”며 “자세한 내용을 수사 중이어서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김종성·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