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AI 사실상 종식 따라
유통금지 111일만에 운영 재개
병아리 2만마리 10월 산란할듯
▲지난 1월20일 화성시 향남읍 산안마을에 있는 농가 모습. /인천일보DB
▲지난 1월20일 화성시 향남읍 산안마을에 있는 농가 모습. /인천일보DB

경기지역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가 사실상 종식되면서 '청정농가'인 화성시 산안마을이 농가 운영을 시작했다. 살처분 명령이 내려지면서 달걀 유통이 금지된 지 111일 만이다.

아쉬운 점은 친환경 농법으로 37년간 AI가 발생한 적 없는 산안마을이 방역당국의 일률적인 살처분 명령을 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마을 산란계 3만7000마리가 살처분 됐다.

도내에서는 지난해 12월6일 여주시의 한 농가에서 AI가 처음 발병한 이후 165개 농가의 가금류 1472만4000여 마리가 살처분됐는데, 전국 2996만 마리 기준으로 절반에 가깝다. 보상비만 1017억에 달한다.

도는 12일 AI가 발생한 11개 시·군 중 살처분 여부를 놓고 소송 중인 남양주 지역을 제외한 10개 시·군의 발생 농가 반경 10㎞ 이내에 설정한 방역대를 해제했다고 13일 밝혔다.

방역대 해제에 따라 가금류 이동 제한도 풀렸다.

이에 따라 산안마을은 12일 이천시 한 부화장에서 병아리 1만8000마리를 들여와 운영을 시작했다.

이 마을은 산란계를 입식하지 않고, 건강한 환경에서 병아리를 닭으로 길러 달걀을 생산한다. 대부분 산란계 농가가 '공장식 운영'을 하는 것과 달리 1㎡당 4마리 이하, 햇볕이 잘 들어오고 바람이 잘 통하는 설계, 친환경 방식으로 병아리를 기른다.

이번 입식한 병아리는 10월쯤 달걀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산안마을이 살처분 전만 해도 병아리 때부터 키운 산란계 3만7000마리를 통해 하루 평균 2만2000개의 달걀을 출하했다. 당시 생산량까지 회복하는 데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산안마을은 지난해 12월23일 3㎞쯤 떨어진 다른 마을 농장에서 AI가 발생, 지자체로부터 주민 25명이 키우는 닭 3만7000마리 모두 살처분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2018년 12월 감염병 발생 농가 반경 3㎞ 내 가금류를 강제 살처분하는 신규 규정이 생기면서 농가 자체의 감염 위험성과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됐기 때문이다.

1984년부터 단 한 번도 AI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살처분 대상이 되면서 주민과 시민단체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찾아가 강제 규정의 불합리성을 따졌다.

이에 정부가 지난해 말 한시적으로 살처분 대상을 '3㎞ 이내 가금류'에서 '1㎞ 이내 같은 축종 가금류'로 일시 완화하기도 했으나 규정은 아직 그대로다.

산안마을 관계자는 “지난 2월 살처분 집행 후 텅 비어 있던 계사가 병아리로 꽉 차니 감회가 새롭다”며 “생명이 또다시 정부의 부당한 살처분 규정에 헛되이 희생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거리를 기준으로 살처분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기준을 없애고, 발생 농가만 살처분하되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범위를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도록 계속해 목소리를 내겠다”고 덧붙였다.

/이상필·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