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침을 경계하라
▲ 배 속에 아이를 가져 이문을 얻었으니( 고) 기쁨이 충만하다(盈영). /그림=소헌

기평그룹 회장이 사망 후 그의 지갑에서 나온 ‘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이라는 문구에 대하여 밝혀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나는 그 문장을 쓴 사람이 조선 후기의 거상巨商 임상옥이라는 것을 알았다. ‘재물은 평등한 물과 같고 사람의 바른 마음은 저울과 같다’는 뜻이다. 평안도에서 장사를 하여 큰돈을 번 임상옥은 조직에서 쫓겨나자 암자에 들어가 스님이 된다. 그가 다시 세상으로 나가 장사꾼이 되려고 할 때, 스승인 석숭스님은 큰 위기를 만나면 보라며 세 가지 선물을 주었다. 死(사)와 鼎(정)이라는 글자와 계영배戒盈杯라는 술잔이었다. 그 잔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쓰여 있었다. _戒盈祈願 與爾同死(계영기원 여이동사_가득 채워 마시지 않기를 바라며 너와 함께 죽기를 원한다)._

민란에 참여하여 대역죄인이 된 친구의 딸과 혼인했다는 이유로 임상옥은 감옥에 갇혔고, 계영배에 새겨진 의미를 생각해 보지만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어느 날 비변사 관리와 함께 계영배로 술을 마셨다. 술잔 바닥에는 구멍이 뚫려 있는데 신기하게도 술이 새지 않는다. 그렇지만 잔의 7푼(七分) 이상 채우는 순간 술은 모두 새어버린다. 성질이 급한 관리는 화가 나 술잔을 던져 깨뜨렸다. 이 일로 미안한 마음을 가진 그는 상소를 올려 임상옥이 풀려나게 하였다. (최인훈 作 <상도商道> 요약)

계영지도(戒盈之道) 넘침을 경계하라. 계영배는 중용中庸의 도를 추구하는 술잔이다. 자기만의 욕심을 채우겠다고 하는 순간 모두를 잃게 됨을 기억하라. 임상옥은 계영배를 옆에 두고 솟구치는 사욕을 다스리며 많은 재산을 모았다. 그는 평생 재물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했으며, 자신에게 빚을 진 사람들을 불러 모아 그들의 빚을 없애주고 금덩이를 주어 돌려보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원조元祖.

 

戒 계 [경계하다 / 막아 지키다]

①_(공)은 양손으로 무언가를 잡는 모습을 그린 글자이니, 戒(경계할 계)는 두손(_공)으로 창(戈과)을 잡고 적군을 막아 지키는 글자다. ②마을 어귀에 ‘도둑질하지 말라’는 문구(言)와 함께 창(戈과)을 그려 넣어 경계(戒계)하는 글자는 誡(경계할 계)다. ③창을 들고(戎계) 위협하여 재물(貝패)을 빼앗는 놈은 도적(盜賊)이요, 나라를 팔아먹는 놈은 역적(逆賊)이다. ④병사들이 쓰는 온갖(十십) 무기(戈과)를 뜻하는 戎(병장기 융)과 주의하자.

 

盈 영 [가득하다 / 충만하다]

①_(이문 얻을 고)에서 乃(이에 내)는 그 모양만을 땄다. 요즘처럼 자식이 귀한 시절에는 배 속(乃)에 아이(又)를 가졌으니 이문(利文_이익금)을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_②_뷔페에 가서 식사를 할 때 그릇(皿명)에 음식을 꽉꽉 채우는 것은 이문을 얻은(_고) 것과 같으니 기쁨이 충만하다(盈영).

 

‘균등’은 평등平等과 제등齊等으로 나뉜다. 평등은 차별이 없는 물의 본성을 닮았다. 수평(平)은 높낮이가 동등하여 형식적 균등이라 한다. 제등은 가지런한(齊) 이삭과 같다. 싹은 서로 높낮이와 굵기가 다르나 조화를 이루어 실질적 균등이라 한다. ‘고르면 가난이 없고, 화하면 적음이 없고, 편안하면 기울어짐이 없다(均無貧 和無寡 安無傾 <논어>)’고 했다.

맹장 수술을 받은 거상 이재용의 회복이 늦어져 구치소 복귀도 연장됐다. 대개 사람은 아플 때 바른 생각을 하게 된다. 부디 그대가 균등을 실현한다면 계영배에 한 잔 술을 따라 주리다.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