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아픈 패배였다. 하루를 열흘처럼 열흘을 하루처럼 보낸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지난 4_7 재보궐선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파주에서는 시의원 보궐선거에서 승자와 패자 모두 고개를 숙였다.

승자인 국민의힘 박수연 당선자는 “우리가 잘해서 이긴 게 아닙니다”라는 중앙당의 메시지를 되짚으며 자세를 한껏 낮췄다. 낙선된 민주당 손성익 후보는 “낙선을 통해 정치인생의 교훈으로 삼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사실 이번 선거는 3선의 윤후덕 국회의원의 탄탄한 텃밭에서 치러졌기에 손 후보의 당선을 점쳤다. 그러나 반전이 있었다. 민주당은 선거가 임박했음에도 계속해서 자살골을 넣으며 손 후보의 X맨을 자처했다. 조국, 윤미향, 변창흠, 김상조, 박주민, 추미애, LH 등의 뉴스가 나올 때마다 국민은 훼손된 공정에 한숨지었다.

오죽하면 민주당을 상징하는 '내로남불'이라는 조어가 이번 보궐선거 패배의 원인이라고 외신도 지적했을까. 문제는 상황이 악화하고 있음에도 반성이 없다는 것이다. 또 민심은 자꾸 등을 돌리는데도 오히려 국민을 탓했다.

파주에서는 현역 국회의원과 도, 시의원 등 11명이 단 한 명의 시의원을 당선시키겠다고 총동원됐지만 중앙에서 터진 잇단 자책골로 민주당은 스스로 무너졌다.

선거가 끝난 후 윤후덕 의원(파주 갑)은 “많이 도와주셨는데 제가 부족했습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라는 짧은 메시지가 전부였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손배찬 시의원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겸손과 존중의 마음이 필요할 때”라고 자평한 것이 전부였다.

뼈아픈 패배에는 뼈아픈 반성이 필요하지만 두 정치인의 메시지를 보면 인정하기 싫은 패배에 어쩔 수 없이 입장을 밝힌 모양새다. 8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은 선거참패를 책임지고 지도부 총사퇴를 밝혔다. 그는 성명서에서 “저희의 부족함으로 국민께 큰 실망을 드렸다”면서 “국민께서 됐다고 할 때까지 당 내부의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했다.

그동안 많은 국민이 공정과 정의를 외쳤지만 이를 외면하고 남탓만 하다 선거에서 참패하자 뒤늦게 바로 세우겠다는 것이다. 이제 대선과 지방선거가 1년여 남짓 남았다.

다른 곳의 개혁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민주당 스스로 결단 있는 개혁이 필요한 시기다.

 

/김은섭 경기본사 경기북부 취재본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