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신속 대피·스프링클러 작동·가스 차단
10시간 만에 진압…44명 연기 흡입·22명 병원 이송
▲ 11일 오전 남양주시의 한 주상복합건물에서 외벽이 검게 그을려 있다.전날 오후 이곳 1층 상가에서 화재가 발생해 큰 인명피해 없이 10시간 만에 진화됐다. /연합뉴스

360가구에 1200명이 사는 남양주 한 대형주상복합건물에서 큰불이 났지만, 주민들의 긴급 대처와 함께 소방설비가 제때 작동해 대형참사를 막았다.

11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4시29분쯤 남양주 18층짜리 주상복합건물에 화재 경보가 울렸다.

이 시각 건물 지하 1층 대형마트와 상가 등 곳곳에 주민 수백명이 머무르고 있었다. 이 건물은 지상 18층, 지하 3층 규모로, 지상 1·2층은 스포츠센터와 음식점 수십 곳이 들어서 있다. 상가 위로 아파트가 있어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다행히 불이 난 비슷한 시각에 화재 신고가 접수돼 소방당국이 현장으로 긴급 출동했다. 소방당국이 이날 오후 4시41분쯤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주민 대다수는 화재 현장을 빠져나왔다. 불이 난 지 12분 만이다. 주민들의 신속한 상황 전파로 발 빠른 대피가 이뤄진 것이다. 다만 44명이 대피 과정에서 연기를 흡입했고, 22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불이 난 지 16분 후인 4시45분쯤 도시가스공급 업체가 현장으로 출동해 도시가스 공급을 차단했다. 당시 현장은 불이 건물 곳곳으로 빠르게 옮겨붙은 상황이어서 자칫 가스폭발 등 2차 사고로 번질 위험이 컸다. 3분 후인 4시48분쯤 대응 단계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할 정도로 소방당국은 급박했다.

가스차단과 안내 방송 전파가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지면서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정상 작동한 소방설비 '스프링클러'도 한몫했다.

이날 1층 중식당에서 시작한 불은 삽시간에 상가 전체로 번질 만큼 불길이 셌다. 불은 천장을 타고 1·2층 상가 전체와 지하 주차장까지 옮겨붙었다. 이 과정에서 유독가스도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퍼졌다. 다행스럽게도 중식당 내부에 있던 스프링클러에서 뿜어져 나온 물이 바닥을 타고 이어지는 불길을 잡았기에 확산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췄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불이 나자 즉각 비상경보설비 등 안전장치가 가동했다. 주민들이 화재 사실을 빠르게 알고 대피할 수 있었다”며 “스프링클러와 가스차단도 동시에 이뤄지면서 대형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이 무엇인지 등 정밀조사에 돌입했다. 우선 경기북부경찰청 과학수사대는 11일 오전 11시부터 1층 중식당을 중심으로 현장 감식을 했다. 12일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경찰,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와 함께 정확한 발화지점과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10일 오후 4시29분쯤 남양주 다산동 상가 1층 중식당에서 불이 나 22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불은 10시간 8분만인 11일 오전 2시 37분쯤 꺼졌다.

/김태호·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