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새들이 돌아왔다. 해다마 봄이면 인천을 찾아오는 손님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둥지를 틀었다. 인천지역에서 먹이 활동을 하며 번식에 집중하느라 요즘 이들에겐 여념이 없다. 저어새는 긴 부리를 물 속에 넣고 휘휘 저으면서 먹이를 찾는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개 노란 금발머리에 검은 부리를 갖고 있다. 전 세계에서 발견되는 개체 수가 4600여 마리에 불과한 멸종위기종 1급이다. 천연기념물인 저어새 중 90% 가량은 인천에서 머물며 번식한다. 갯벌이 주요 서식지다.

남동구 남동유수지 인근 저어새 생태학습장과 탐조대에선 지난달 27일 '저어새 환영 행사'가 열렸다. 여름 철새인 저어새는 대만과 홍콩 등지에서 겨울을 나고 매년 3월 남동유수지 인공섬을 비롯해 강화·옹진군 등 한국으로 돌아온다. 저어새는 4~8월 초 번식을 하고 새끼들을 키운 뒤 11월이면 따뜻한 홍콩이나 베트남 등지로 돌아간다. 인천에선 오는 5월 새로 태어나는 생명들을 위한 생일축하 잔치를 열고, 새끼들을 키워 한국을 떠나기 직전인 10월엔 환송 행사를 마련한다.

주로 우리나라에서 부화하는 저어새들은 대부분 인천에서 나고 자란다. (사)한국물새네트워크가 지난해 말 발행한 '저어새 전국 모니터링과 서식지 이용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8개 섬에서 1548쌍이 번식했는데, 이 가운데 1280쌍(82.8%) 정도가 인천에서 번식했다. 남동유수지에서 번식한 저어새는 165쌍으로, 옹진군 구지도(294쌍)와 강화군 비도(210쌍) 다음으로 많았다. 그만큼 인천은 저어새 번식에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지난해 강화군 각시암에서 알 상태로 구조해 인공 부화한 저어새 4마리와 구조된 1마리 등 모두 5마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인간의 도움을 받아 멸종위기종 저어새가 인공으로 부화하고 길러진 뒤 야생으로 방사되긴 세계 최초의 일이었다. 이런 우리의 손길은 국내에서 저어새 대다수가 번식을 하므로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저어새들의 근황을 파악한 모니터링 결과가 곧 발표된다고 한다.

그런데 남동유수지에 둥지를 트는 저어새들의 먹이터인 송도갯벌과 소래갯골 등이 훼손되고 있어 안타깝다. 현재 송도갯벌엔 배곧대교와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건설을 계획하고 있고, 소래갯골 주변엔 물류단지를 건설할 예정이다. 저어새 서식을 위협하는 개발 사업을 광범위하게 추진하는 셈이다. 이대로라면 저어새들은 삶의 터전을 잃을 수밖에 없다.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면, 결국 인간들도 살기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으면 싶다. 우리 모두 환경을 보호하고 보전하는 일에 더욱 매진해야 할 때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