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은 최근 사내 인트라넷 방송을 통해 직원들과 대화에 나섰다가 곤욕을 치뤘다. 직원들은 민감한 질문을 가감없이 쏟아냈다. “임원과 직원 간 급여 차가 너무 크다”, “인센티브와 연봉 산정방식을 공개하라”, “쿠팡, 배민(우아한형제들)은 빼놓고 비교해 (처우가) 업계 최고라 할 수 있느냐” 등등.

같은 날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도 2시간10분 동안 직원들이 보낸 144개의 질문에 답하느라 진땀을 흘렀다. 당초 이 자리는 김 의장이 밝힌 5조원의 '기부 플랜'과 카카오의 비전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직원들은 급여_성과급에 더 관심이 많았고, 평소 쌓인 불만을 토로하는 무대가 됐다. 온라인 게시판을 중심으로 '창업자가 답하라'는 직원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두 창업자가 용감하게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사내 청문회가 된 것이다.

두 기업에서 벌어진 일의 중심에 MZ세대가 있다. 'MZ세대의 반란'이라는 말도 나왔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태어난 밀레니얼(M)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용어다. SNS_스마트폰 등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이들은 “온라인 세계에선 누구나 평등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의사를 표현한다. '시키는대로 해라'가 안 통하며, 불공정하다 싶으면 상사에게 할말을 한다. 방식도 명확하고 직설적이다. '20~30대 직장인'인 이들은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가치관과 행동양식으로 상명하복, 연공서열 중심의 한국기업 사내문화에 도전하고 있다.

기성세대는 임금과 처우에 대한 불만을 노조를 통해 이슈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을 경험한 MZ세대는 그런 우회방식 대신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게시판이라는 지름길을 적극 활용한다. 그만큼 파급 속도가 빠르고 효과도 크다.

게다가 조직에 대한 충성심보다 자신의 가치를 중시한다. 아버지 세대와 같은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약해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면 이직은 당연한 선택이다. 미래보다는 당장의 보상을 중시한다. 치열한 입시와 취업 과정을 거쳤기에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인식도 높다.

하지만 대기업에는 MZ세대 바람이 약하다. 이직을 각오하고 정체성을 발휘하기에는 당근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신의 직장'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무풍지대로 남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점차 MZ세대가 많아지고 있는 만큼 회사 스스로 이들의 눈높이에 맞출 필요가 있다. '갑'과 '을'이 바뀌는 것은 순간이다. 재벌이 변화를 거부한다면 회사 운영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 될 것이다.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