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신규 교사들은 다른 시도 신규 교사가 겪지 않는 고충이 있다. 바로 섬 지역 근무다. 임용 고시에 합격한 신규 교사는 대부분 섬으로 발령을 받으며, 최소 2년을 근무해야 한다. 인천시의 섬은 168개다. 2020년 교육통계자료에 따르면, 강화군과 옹진군에 위치한 유초중등교육기관은 총 82 곳으로, 학생 수는 총 7,005명이다. 학생 수에 비례해 도서 지역에 배치되는 교원 수는 총 933명이다.

 연륙교가 없는 섬에서의 교직 생활은 녹록하지 않다. 2019년도 중등 임용 고시에 합격해 강화도 인근 섬 지역에서 근무한 20대 교사 A씨를 만났다. A씨는 2년간 섬 학교 근무를 마치고 올해 육지 학교로 전근했다. 신규 교사의 섬 생활기를 통해 섬 지역의 교육 여건은 어떤지 살펴보고자 한다.

* 지난해 2021년 중등교사 임용시험부터 도서 지역의 안정적 우수교사 배치를 위해 지역 구분 모집제를 시행했다. 인천 최초로 시행되는 ‘지역 구분모집’은 일반선발과 별도로 연륙교가 없는 5개 도서(백령도, 연평도, 대청도, 덕적도, 주문도)를 묶어 그 지역 내에서만 순회하며 8년간 근무할 교사를 선발한다. 인천광역시 교육청은 섬 지역 교원 인력 수급을 위해 도서 지역 가산점, 신규 교원 배치 등의 제도를 추진해왔다. 

 

 

섬 학교 교사들은 기본적으로 '두 과목'을 담당한다

한 교실에서 2명의 학생이 영어 교과교실제 수업을 듣고 있다. /A교사 제공

 

 인천 토박이 A 교사는 인천시로 중등교원 임용시험을 봤다. 인천에서 계속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섬에 가게 될 줄은 몰랐다. A 교사가 근무했던 섬 학교는 유초중고 통합학교다. 학생 수가 적어서다. 학생 수는 유치원생 1명, 초등학생 4명, 중학생 6명, 고등학생 1명이 전부다. 교원 수는 학생 수에 비례해 배정된다. A씨가 있던 통합학교 교원 수는 각각 유치원 1명, 초등학교 2명, 중학교 6명, 고등학교 9명으로 총 18명이다. 그중 절반 이상이 20-30대 젊은 교사다. 경력 있는 교원이 부족해 새내기 교사였던 A씨는 담임 업무에 부장 업무까지 맡아야 했다.

 A씨는 야근이 일상이었다. 일주일에 2~3회는 밤 9시를 훌쩍 넘겨 근무했다. 섬에서는 모든 교사가 전공 교과 외에 다른 교과도 맡아야 한다. A 교사는 전공인 영어 교과 외에 2019년에는 진로와 체험을, 2020년에는 도덕 과목을 맡았다.  

▲ 전공도 아닌 도덕이나 다른 과목 수업을 준비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요즘은 교과서 사이트에서 자료가 잘 나오거든요. 거기서 나온 자료를 참고해서 준비했어요. 중학교라 크게 어렵지 않은 수준이기도 하구요. 요즘은 100% 수행평가로 재량껏 선택할 수 있어서 큰 부담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전문성이 필요한 과목이 있지 않나요? 예를 들면, 음악, 미술, 체육 같은 예체능 과목도 타 교과 교사가 담당했나요?
 국영수 같은 주요 과목은 전담 교사가 있는데, 예체능 과목은 선생님이 다 계시지 않아요. 작년에는 체육 선생님이 안 계셔서 수학과 선생님이 체육 과목을 같이 맡아서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과목만 넘나드는 게 아닙니다. 통합학교라 가능한 거지만, 작년에는 고등학교 선생님이 중학교 수업도 담당했어요. 적어도 과목 수에 맞춰서 교원 수를 배정하면 교사들도 수업의 전문성을 더 향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대로 섬 학교이기에 교육적으로 얻는 혜택이 있나요?
 아무래도 여기는 사교육이 따로 없다 보니 방과 후 수업이 활성화되어 있어요. 섬 학교의 좋은 점은 방과 후 수업이 지원되어서, 외부에서 강사님도 많이 오세요. 음악 수업은 플롯이나 색소폰 악기 수업 같은 것도 하고 있고요.

육지 학교 수업과 섬 학교 수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뭔가요?
 섬 학교에서는 한 반에 많아 봤자 3명이에요. 실제로 반 학생 두 명의 실력 차가 좀 났는데, 같은 교실 안에서 각각 다른 수업을 했어요. 일대일 맞춤형 수업을 하니까 학생들도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지금 있는 육지 학교처럼 한 반에 33명이 될 때는 특정 난이도에 맞춰서 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렇게 되면 소외되는 학생들도 생기고 수업의 만족도도 떨어지구요.

 

섬마을 선생님은 퇴근 후에도 섬에서 생활해야 한다.

연륙도가 없는 섬에서 배는 육지로 나가는 유일한 교통편이다. /A교사 제공

 

 2년간 섬 생활을 하며 가장 불편한 것은 단연 열악한 환경이었다. 집에서 강화도까지 차로 1시간, 강화도에서 배를 타고 근무하는 학교가 있는 섬까지 1시간 30분을 더 가야 한다. 그래도 주말에는 육지로 나올 수 있다. 금요일 퇴근 후 밤늦게 육지로 나왔다가 월요일 새벽 4시에 강화도에서 섬으로 들어가는 배를 타러 갔다.

▲ 섬에서는 출퇴근이 어려우니까 관사에서 생활해야 하잖아요.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관사 시설이 정말 열악해요. 시설도 부족해서 처음에는 신규 교사 2명이서 1방을 같이 썼어요. 어느 날은 자고 있는데 제 머리 바로 위에서 돈벌레가 나왔어요. 3~4마리가 연달아 나오는데 도저히 다시 잘 수가 없었어요. 지금에야 웃으면서 말하지만.. 섬 생활 통틀어서 제일 힘든 순간이었어요. 

▲ 강화도는 관사 시설이 부족해서 신규 교사들은 못 들어간다고 하던데 교원 수 대비 관사 시설이 그렇게 부족한가요?
 강화도 본섬은 진짜 부족하다고 들었어요. 신규 교사들은 관사에 거의 못 들어간다고 하더라구요. 제 동기 교사도 관사에 들어가지 못한 대기자가 170명이나 된다고 해서.. 관사 들어가는 건 일찌감치 포기하고 멀어도 차로 통근한다고 하더라고요. 

▲ 최근 강화여중 옛 부지에 관사 짓는다는 발표에 주민들이 반발해서 결국 무산되었잖아요.
맞아요. 정말 시설이 부족해서 짓는 건데.. 이런 거 보면 교권이 많이 하락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교사 입장에서는 섬 지역까지 들어가서 생활해야 하는데 안타까워요.

 

코로나 19가 앗아간 섬 아이들의 일상

다른 학교는 모르겠는데, 우리 학교 학생들은 학교에 오고 싶대요.

 

▲ 코로나 19로 비대면 수업이 본격화되고 있잖아요. 코로나 이후에는 어떻게 수업이 진행되고 있나요?
 4월 첫 달은 비대면으로 진행했는데, 교육부에서 200명 미만의 소규모 학교는 선택적으로 대면 수업해도 된다는 지침이 왔었어요. 학교장, 학부모, 교사, 학생들 의견 다 취합해서 우리 학교는 대면 수업으로 진행했습니다. 아무래도 온라인으로 수업하면 맞벌이하는 학부모분들은 가정에서 지도하는 게 어렵잖아요. 다른 학교는 온라인 수업하는데 여기는 대면 수업하니까 일부러 섬으로 전학 온 학생도 있었습니다.

▲ 계속 대면 수업했으면 코로나 19 전과 크게 달라진 건 없겠네요.
꼭 그렇진 않아요. 원래 학생들이 학교에 자주 왔거든요. 믿기 어려우실지 모르지만, 애들이 학교 오는 걸 좋아해요. 쉬는 날에도 여기 오면 친구들이 다 있으니까. 근데 코로나 때문에 공식적인 수업 시간 외에는 학교에 못 오게 했어요. 애들에겐 학교가 공부하는 곳이지만 놀이터이기도 한데 많이 답답할 것 같아요.
 
▲ 코로나 19 이후 자유학년제는 어떻게 운영되었나요? 아무래도 진로 체험하려면 외부 활동이 많을 수밖에 없을 텐데 그런 점들은 어떻게 보완했나요?
원래 육지로 나가서 진로 체험도 많이 하고, 학교로 외부 강사 초청도 많이 했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거의 온라인으로만 하고 있어요. 

학교 텃밭에서 학생들과 함께 심은 상추/ A교사 제공

 

 

섬마을 학생 모두가 꿈을 키울 수 있는 학교로 나아가야

여기 애들은 정말 즐겁게 생활해요. 등수를 매겨도 1등부터 3등이니까요. 육지 학교에 비해서는 경쟁도 덜하고요.

▲ 육지 학교는 교사들의 근무 단위가 5년이지만, 섬 지역은 3년이잖아요. 거의 2~3년 근무하고 떠나는데 선생님들이 자주 바뀌는 거에 대해 학생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해요. 
 애들도 선생님들이 자주 바뀌면 또 새로 적응해야 하니까 안 좋아하죠. 1년 단위로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아무래도 학교를 운영하는 데서나 학생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애들한테도 그만큼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거니까 좋은 면도 있을 것 같구요. 

▲ 섬 근무하면 도서 지역 가산점이 붙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많아요. 어떻게 하면 섬 지역에서 많이 근무할 수 있을까요?
 예전에는 도서 지역 가산점 제도 때문에 일부러 섬에 많이 왔었어요. 요즘에는 도시 학교에서도 그만큼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아져서 잘 안 와요. 제일 필요한 건 여건을 개선하는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연륙교를 지어서 차로 다닐 수 있게 한다든지, 관사나 학교 시설을 개선한다든지 하는 변화가 필요할 것 같아요. 당장 인프라 조성이 어렵다면, 가산점을 많이 줘서 오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아요.

방과 후 수업이 열리는 교실/ A 교사 제공

 

 이제 3년 차 교사인 A씨는 “학교가 학생들이 사회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요소들을 배우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며, “교사로서 학생들이 긍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 역할을 다하고 싶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 섬 지역 학생들을 위해 어떤 점이 가장 개선되어야 할까요?
 섬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게 있어도 배울 수 있는 환경이나 여건이 안 갖춰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면, 학교에 체육관이 따로 없고 컨테이너에 체력단련실 정도만 있거든요. 섬 학생들도 나중에 사회로 진출할 텐데 학생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기본적인 교육 시설이나 지원 체계가 더 갖춰졌으면 합니다.

 도서 지역의 교육 시설은 학교가 전부다. 섬마을 학생들에게도 학교는 교육 공간이자 생활 터전이다. 섬마을 교사가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어야 하는 씁쓸한 현실. 섬 지역의 열악한 교육 환경이 개선되길 바란다.
 

/최현민 인턴기자 palett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