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를 상징하는 새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인천시를 상징하는 새는 천연기념물 제202호 두루미입니다. 흔히 학이라 부르는 새입니다.

그런데 두루미가 인천을 상징하는 새라는 것을 아는 시민들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대대손손 두루미를 신성한 존재로 대접했습니다. 벌써 먼 옛이야기가 되었지만, 인천 갯벌과 논 어디에서나 두루미를 볼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인천은 드넓은 갯벌과 논에는 먹이가 풍부해 두루미가 사는데 아주 좋은 곳이었습니다.

▲ 인천 강화도 남단 갯벌을 찾은 천연기념물 202호 두루미 모습/사진제공=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인천시는 1981년 직할시로 승격되면서 두루미를 인천의 상징 새로 정했습니다. 인천 시민축구단인 인천유나이티드의 마스코트도 두루미입니다.

인천유나이티드는 프로축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려는 의지와 인천시, 인천 시민, 기업이 화합할 수 있는 친근한 상징물로 두루미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붉은머리털은 축구에 대한 강한 열정을, 큰 날개는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와 페어플레이의 스포츠 정신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 인천 시민축구단 인천유나이티드 마스코트 두루미/사진제공=인천유나이티드

1980년 이전까지만 해도 인천시 경서동과 연희동을 중심으로 한 인천의 갯벌에는 약 100여 마리 이상의 두루미가 매년 월동했다는 기록이 아직도 문화재청에 남아있습니다. 인천 서구 연희동 및 경서동 일대 갯벌은 1977년 두루미 도래지로 그 보호 가치가 세계적으로 뛰어나 천연기념물 257호로 지정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갯벌은 3년 뒤인 1980년 엄청난 변화의 시기를 맞게 됩니다. 인천의 갯벌 매립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동아매립지 사업이 발표된 것입니다. 2009년 발행된 인천역사문화 총서에 따르면 동아매립지는 경기도 김포군 양촌면 장도, 일도, 청라도를 걸쳐 율도 지역까지 이어지는 372㎢(약 1126만평)의 거대한 간척 사업이었습니다. 이 매립공사로 인해 그 당시 김포(현재는 인천)와 인천의 드넓은 갯벌과 섬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을 찾는 두루미의 개체 수는 급격하게 줄어들게 되며 이후 더는 두루미가 인천을 찾지 않게 됩니다. 1984년 두루미 한 마리가 경서동 갯벌에서 발견됐다는 기록을 마지막으로 두루미는 인천에서 자취를 감춘 것입니다.

두루미만 자취를 감춘 것이 아니라 천연기념물 257호 지정되었던 이곳 갯벌도 더는 보존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천연기념물 지정이 취소됩니다. 결국 '천연기념물 257호'는 영구 결번이 되고 맙니다. 그 자리는 지금 세계 최대규모의 쓰레기매립지와 청라국제도시라는 콘크리트 숲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두루미가 다시 오려 해도 올 수 없게 된 것이지요.

 

두루미는 전 세계적으로 3500여 마리 정도밖에 없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68년 문화재청에서 천연기념물 제202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습니다. 겨울 철새인 두루미는 약 1000마리 정도가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연천 지역에서 11월부터 3월까지 먹이활동을 하며 겨울을 보냅니다.

그런데 인천을 영영 떠났던 두루미가 얼마 전부터 다시 인천을 찾아옵니다.

인천의 세어도 일대 갯벌과 강화도 남단 갯벌에서 40여 마리의 두루미가 발견돼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강화도 남단 일대를 모니터링한 결과 인천을 찾는 두루미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강화도 남단 항산도∼소항산도∼동검도 옆 동그란섬을 잇는 삼각지대는 두루미의 주 도래지로 확인되었습니다.

▲ 시민 단체 및 환경단체, 자원봉사자 등이 두루미 먹이를 주는 등 두루미 보호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두루미가 다시 인천을 찾아오자 인천 시민의 돌봄의 손길과 발걸음도 바빠졌습니다.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글로벌에코투어연구소, 해양문화교육협동조합 등 민간단체 및 연구소와 인천시, 경기도 김포시, 환경부는 미약하나마 서로 협력해 모니터링과 보호활동, 생태교육탐방, 토론회 등을 진행하며 두루미 보호에 나서고 있습니다.

인천을 다시 찾은 두루미를 보호하는 데 가장 시급한 일은 두루미의 도래지인 강화도 남단 갯벌을 보존하는 것입니다. 또한 인천 시민이 인천 상징 새 두루미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생태교육 및 탐방 프로그램이 체계화되어야 합니다. 두루미의 생태에 대한 연구 활동도 강화되어야 합니다.

노형래 글로벌에코투어연구소장은 "인천시와 김포시, 환경부, 해양수산부, 시민사회, 주민이 참여하는 관계기관 대화창구 마련이 시급하다"며 "두루미 도래지인 항산도∼소항산도∼동그란섬 삼각지대를 포함한 무인도를 보존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인천 상징 새 두루미, 두루미 보호운동은 이제 막 첫걸음을 딛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개발과 매립으로 두루미가 인천을 떠났던 일을 되풀이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