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전 한쪽 다리 잃고
어렵사리 구한 직장서
쫓겨난 뒤 구둣방 운영
지뢰피해자협회장 맡고
보상법 개정 소리 높여
▲ 인생나무 인생사진전시에서 지뢰피해자 김종수씨가 사진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제공=경성대 김문정 사진학과 교수

#네 이웃을 사랑하는 삶

한 시간이면 뚝딱, 밑창 빠진 헌 구두도 그의 손을 거치면 새것이 된다. 친절한 서비스, 야무진 수선 솜씨에 이 지역 유명인사가 됐다. 그런데도 깊게 배인 밝은 표정때문인지 그의 속사정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관악구 봉천동에서 20여 년 넘게 구둣방을 운영해 온 김종수(60)씨는 45년 전 지뢰 폭발사고로 한 쪽 다리를 잃었다. 벌써 수 십년이 흘렀지만 김씨는 사고 당시 순간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1976년 11월30일 그날은 첫눈이 내렸습니다. 여느 때처럼 나무를 하러 산에 올랐다가 사고를 당하고 말았죠. 사고 순간 기절을 했고 눈 떴을 땐 이미 한쪽 다리를 잃고 난 뒤였죠. 온몸이 불덩어리처럼 뜨겁게 타올랐습니다. 사고 당시엔 수송할 길도 막혔고 주변에선 모두 죽는다고만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김씨였지만 평생 한쪽 다리가 없는 채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소를 팔아가면서 치료를 하는 동안 어려운 형편인데도 일을 못 하니 여간 눈치가 보이는 게 아니더라고요. 결국 몸이 회복되지 못한 채 일을 구하기 위해 나섰죠.”

김씨는 달랑 차비만을 들고 무작정 서울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성치 않은 몸으로 타지에서의 삶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어렵게 구한 직장에서 병신이라고 놀림 받는 일도 허다했죠. 다리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쫓겨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다 다리 한쪽이 없어도 두 손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구두 기술을 배우게 됐고 지금까지 평생을 업으로 삼아오고 있습니다. 평생 해 온 구둣방 일 덕분에 자식들 전부 시집 장가 보냈네요.”

김씨에겐 20년 넘게 해 온 구둣방 일 만큼 오랜 시간 맡아 온 과업이 있다. 김씨는 지난 15년간 지뢰피해자협회장으로 몸담으며 지뢰피해자들의 주권 보장을 위해 힘써 오고 있다.

“피해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나서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아직도 불발탄이라는 이유로 보상을 받지 못한 수많은 피해자들이 있고 위로금이라 주어진 보상금도 당시의 임금 기준으로 책정했기 때문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를 개정하기 위해 저는 끊임없이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자신의 삶보다 내 자녀를 위해, 남을 위해 살아 온 시간들이 더 많은 김종수씨. 그런 그가 또다시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가려 하고 있다.

“여건이 된다면 트럭을 하나 장만해서 혼자 사시는 어르신분들 찾아 보일러도 고쳐주고 고장난 문고리도 고쳐주는 일을 하고 싶은 바람이 있네요.”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