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와 연예계에서 시작된 학교폭력 문제가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실 학교폭력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고질적인 병폐였습니다.

우리나라 학교폭력은 매년 급속도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교육부가 해마다 실시하는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2018년 5만명이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했으며, 2019년에는 6만명이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했습니다.

지난해에는 2만7000명으로 감소했는데, 이는 코로나19로 일선 학교에서 등교가 중단되고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된 영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즉 아이들이 학교에 나온 날이 적었기 때문에 학교 폭력도 줄어든 겁니다.

학교폭력은 발생 건수도 급증하지만, 폭력 양태도 날로 흉포해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2018년 11월 인천 연수구에서는 14살 중학생이 또래 중학생들에게 1시간 넘게 집단 폭행을 당하다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가해 학생들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고 천연덕스러운 태도를 보인 것에 국민은 큰 충격을 받고 분노했습니다. 게다가 가해 학생 중 한명은 피해 학생으로부터 빼앗은 옷을 입고 나타나기까지 했습니다.

당시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집단폭력에 가담하거나 사회적 배려대상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가중 조치하여 엄격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도 교육감의 이 같은 발언에도 불구하고 2020년 11월 인천 한 고교에서 복싱 스파링을 가장해 동급생을 무차별 집단 폭행하는 사건이 또 벌어집니다.

피해 학생은 뇌 손상을 받고 의식불명 상태에 놓였으나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방치하는 등 잔혹성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은 해당 학교와 교육당국에서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했고 피해 학생의 가족이 청와대에 처벌을 원하는 국민청원을 제기해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한마디로 학교와 교육 당국의 학교폭력 근절 의지는 말로만 하는 공염불이었던 셈입니다.

학교폭력이 심각한 이유는 폭력으로 피해자가 다치는 데 그치지 않고 심각한 신체 장애와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는 데 있습니다. 학교폭력을 겪은 학생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트라우마로 고통을 받기도 합니다.

특히 지속적인 학교폭력이 가해지고 이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학교와 교육 당국의 무능력으로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2018년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자는 일반학생보다 자살 생각 위험성이 1.4배에서 최대 5.6배까지 높다고 합니다.

10년 전, 2011년 12월 대구에서 한 중학생이 동급생들에게 몇 달간 왕따와 모욕, 협박, 금품갈취, 폭행, 물고문 등을 당하는 끔찍한 폭력을 겪다가 목숨을 끊은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와 교육계는 학교폭력 근절을 외치고 법 제정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으나 학교폭력은 전혀 근절되지 않고 날로 흉포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끊이지 않는 학교폭력과 그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폭력을 대처하는 우리 사회의 여론도 둘로 나뉘어 확실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교육 당국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만들어 학교폭력에 대응합니다. 즉 학교폭력을 학교 내에서 자체 해결 방지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재벌 손자와 유명 연예인의 자녀가 행사한 학교폭력을 학교 측이 은폐 축소한 혐의가 제기되었습니다. 또 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교폭력을 교사들이 조직적으로 은폐 축소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재벌 손자와 연예인 자녀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학교 측 은폐 축소는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되기까지 합니다.

잔혹한 학교폭력이 학교 내에서 해결이 가능한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학교폭력 은폐 축소가 65건이나 발생했습니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일선 학교는 이를 덮기에 급급하기만 한 것입니다.

2016년 국회 안민석 의원에 따르면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가운데 62%가 서면 사과와 학교봉사로 가볍게 처리되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학교폭력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입니다.

이 같은 이유 등으로 2020년에는 학폭위는 교육청 산하의 학교폭력심의위원회로 강화됩니다.

중학생이 목숨을 잃고 고등학생이 의식불명에 빠진 끔찍한 학교폭력이 발생한 인천도 학교폭력에 대해 관대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2016년∼2019년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출석정지는 13%이고 전학 및 퇴학은 2.5%에 불과하다는 언론보도 지적이 제기되기까지 했습니다.

이는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 당국과 우리 사회의 안일한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과연 학교폭력에 대해 어느 선까지 관대하게 처분해야 할까요? 지금의 방지대책과 제도로 날로 흉포해지는 학교폭력을 막을 수 있을까요?

폭력이 범죄이듯 학교폭력도 범죄라는 인식으로부터 학교폭력을 접근해야하는 건 아닐까요?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