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세, 강명희 지음, 도화, 260쪽, 1만3000원
▲ 65세, 강명희 지음, 도화, 260쪽, 1만3000원

아드라. 네가 떠난 다음 에미는 너를 이즌 날이 하루도 업섯다. 에미가 밥 할 때마다 네가 머글 쌀을 한 웅큼씩 모아 두엇다. 에미가 못슬 병에 걸리기 전까지 모응 거시니 사십녀니 되가는구나. 네일 병워네 드러가려고 에미가 이거슬 하르종일 동여맷다.

너는 평새앵 내게 아픈 손가락이엇다. 그레서 못슬병에 걸리지 안안나 십다.

잘 사라라. 사랑한다. 아드라.

('아픈 손가락' 중)

 

그동안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대한 성찰을 계속해온 강명희 소설가가 세 번째 작품 <65세>를 펴냈다. 떠난 여인을 찾아다니는 중장비 기사, 어머니 덕분에 살면서도 어머니를 칼로 찌른 아들, 베이비부머 맏세대 65세 여성, 헤어졌다 다시 합친 노년의 부부, 구두 수선공, 살림 도우미 여자와 이삿짐 도우미 몽골 언니, 70대 택시기사와 그의 형, 히말라야 현지 가이드 만루와 운동권 친구 등의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 공동체 안의 타인이자 소외된 자들이다. 그들 가운데는 누구는 열악한 노동과 주거환경으로, 누구는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에서도 배제된 불안한 삶을 산다.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별로 나을 것도 없거나, 살아있어도 산 것이 아닌 바닥을 보아버린 이도 있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한층 불행하고 다양해진 그들의 세계를 독자들에게 읽어주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존재를 확인시키고 있다.

▲ 강명희 소설가
▲ 강명희 소설가

강명희 작가는 김포에서 태어나 인천 인일여고를 졸업했다. 인천이라는 도시에서 세상에 대해 알아갔고 첫 번째 소설집 <히말라야바위취>에 실린 작품 반 이상이 인천을 배경으로 쓰였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