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도시공원은 예전과 달리 경관 구경과 휴식만을 위한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건강, 운동뿐만 아니라 각종 여가활동, 장터시장, 문화예술체험, 만남과 소통의 장 등 현대 도시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면서 생산적이며 창조적 재생산적인 현대도시인의 사랑방이 되고 있다.

심지어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전례 없는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안전을 위한 격리와 고립에 지친 몸과 마음의 건강과 평상심을 회복하기 위한 도심 내의 거의 유일한 소중하고 안전한 장소가 되고 있다.

공원에서 여가생활로 가장 많은 주민들이 참여하고 인기있는 프로그램이 '텃밭가꾸기'와 관련된 활동들이다.

예전에는 산책하고 나무와 꽃밭이 있는 공원에 무슨 채소 텃밭이냐고 하는 의견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도시농업, 도시농부, 행복텃밭, 텃밭학교, 치유텃밭, 생태체험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시민참여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흙이 있는 맨 땅을 찾기 힘든, 그야말로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심 한가운데에서 업무와 바쁜 일상에 쫓기듯 생활하다가 내 손으로 직접 흙을 만지며 씨앗을 심고 파종한 채소와 꽃이 아름답게 자라고, 틈틈이 가족들과 행여나 부족할까 물과 영양분을 주어가며 싱싱한 채소를 수확하고 맛보는 경험은 참여해 본 사람은 누구나 입가에 미소가 드리우는 체험이다.

또한 생태계와 생명의 생생한 경험을 공유하게 됨으로써 책에서 배우기 힘든 현장에서의 지혜와 삶의 소중함을 체득하고 건강한 기쁨을 향유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신청자가 많아서 경쟁률이 높다. 그러나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이러한 도시공원의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현장에 참여하면서 그러한 다양하고 중요한 즐거움의 이면에 우리가 함께 풀어 가야 할 과제들 또한 간단치 않음을 보았다.

한마디로 같은 공간인데 다르다. 얼핏 보기에도 한쪽은 채소의 줄기도 싱싱하고 열매도 풍성하며 꽃도 예쁘고 다양함이 느껴지는데 불과 10여미터 거리에 있는 다른 편은 바닥도 말라 있고 잡초도 군데군데 있는 것이 그저 보통이다.

동일한 공간의 도시공원 텃밭 풍경이 그러하다. 또한 이런 기이한 현상은 거의 모든 장소에서 비슷하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풍성한 텃밭은 개인이 분양받은 공간이며 그저 보통인 곳은 공동체 텃밭이다. 개인텃밭은 본인이 경작하여 수확하고, 공동체텃밭은 모두 함께 봉사활동으로 경작하여 먹거리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하여 기부를 하는 텃밭이다.

각각 자신의 것을 소중히 여기고 관리하는 것은 팔이 안으로 굽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또한 내 자신과 우리 가족이 지속적으로 잘 살아 가려면 주변 마을 사람들과 모두 함께 건강하고 즐겁게 생활하는 것이 개인과 공동체에게 모두 중요하고 필수적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쉽지만은 않았던 도시공원 참여와 협력활동 과정에서 처음 1∼2년 동안에는 보이지 않았던 개인과 공동체의 생태적 통합성이 10여년이 되어가는 지금에는 분명하게 보인다.

도시공원 현장에서의 경험과 고민은 자연스럽게 사유재와 공유재의 의미와 가치를 고민하게 했고 '공유의 비극을 넘어'의 저자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의 “공유자원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와 시장이라는 전통적인 해결 방안을 넘어 지역공동체의 자치적 관리”라는 연구결과에 주목하게 되었다.

성공적인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여러 사례들을 보면 지역의 주체들이 직접 자원을 운영하고 관리하며 규범과 제도를 참여와 조율을 통하여 공동체 역량을 갖는 것이다. 바로 우리 모두가 공동체로서 함께 역량을 모아야만 개인도 공동체도 모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득현 재단법인 수원 그린트러스트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