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간, 화장실이 되다' 기획전이 인천시립박물관에 전시되고 있어 시간을 내 방문했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화장실은 그야말로 '뒷간'에 불과했다. 무섭고 더러웠던 공간인 뒷간이 지금은 어떠한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뒷간이 집 안으로 들어온 것은 물론이고, 목욕과 미용뿐 아니라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가장 편안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혐오의 공간인 뒷간이 어떻게 편안한 공간으로 변신하게 된 것일까? 바로 시대의 변화에 '발상의 전환'으로 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낸 것이다. 발상의 전환으로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우리 앞에 놓인 현 시대상황은 어떠한가?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상황으로 시대는 저만치 먼 미래로 치달리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석학들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먼저 온 미래를 마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나는 '발상의 전환'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내 청춘을 다 보내고 아직도 그때의 열정이 서려 있는 인천현대제철은 국내 철강 산업의 모태다. 산업폐기물을 원재료로 재활용해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철을 만든다.

농부가 곡식을 다루듯 누구도 버려진 철이라고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소중한 자원인 것이다. 산업폐기물을 용광로에 녹여 철을 만들어낸 원동력은 발상의 전환이다. 또한 내가 동구청장 시절, 공장에서 나오는 폐열을 수집해 상업화시켰고, 현재도 그 열은 우리 주변을 따뜻이 데우고 있다.

발상의 전환은 우리 주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석탄재도 과거에는 처치 곤란인 폐기물이었지만 현재는 레미콘 혼화재로, 시멘트 공장의 훌륭한 원재료로 친환경적으로 재활용되며 막대한 일본 수입대체 효과도 거두고 있다. 또한 석탄재를 활용한 친환경 건축자재 생산은 물론 석탄재와 가축분뇨 등을 활용한 친환경 조경용 토양도 개발되고 있다.

이처럼 과거에는 버려졌던 것들이 발상의 전환을 통해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가치 있는 자원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금 인천이 직면하고 있는 수도권매립지 종료와 친환경 자원순환 사회로 전환을 위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쓰레기를 직매립하던 과거의 방식은 먼저 온 미래와 전혀 어울리지도 않을 뿐더러 지속가능성 또한 없다. 게다가 2026년부터는 불법이다. 그리하여 인천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수도권매립지 종료에 맞춰 친환경 자원순환 시설을 짓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단순히 기존의 매립시설에 친환경이라는 포장지를 덧씌운 것이 아니라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존의 매립 방식과 시설에서 벗어나자는 것이 출발이다.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에어돔 형식의 친환경 시설로서, 먼저 온 미래를 마중하는 것에 더불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하지만 먼저 온 미래를 마중하기에 앞서 발상의 전환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과정의 공감'을 얻는 것이라 생각한다. 수많은 발상의 전환이 현실로 이루어지기까지 공감이 없었더라면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나는 오래 전부터 소각시설은 혐오시설이 아닌, 우리 생활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작은 발전소'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신념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 또한 과정의 공감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정무부시장이 되어 반드시 한다는 것 또한 진정성을 갖고 끊임없이 소통하는 일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와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동에는 단호히 대처하되, 서로가 직면한 문제를 마주하고 함께 공론의 지혜를 모으고자 할 때 '공감'이라는 단어가 미래로 나아가는 다리가 될 것이라 믿고 있다. 혐오의 공간인 뒷간이 휴식의 공간인 화장실이 된 것처럼 우리도 발상의 전환과 공감을 통해 먼저 온 미래를 마중할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조택상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