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의 학력에 대한 아주 상반된 언론 보도를 접하고, 실체적 관점에서 작은 생각을 글로 옮겨본다. 인천의 학력 하면 늘 따라다니는 단어가 있었다. 바로 '탈 인천 현상'과 '시지프스 형벌'이다. 대략 15년 전 학력과 교육과정 관련 일을 할 때 기억들이다. 인천을 떠나 타 시·도의 유명 고등학교를 찾아 떠나는 중학생이 매년 평균 400명에 이르렀다. 대다수가 수능 1~2등급에 해당하는 우수 학생들이 주로 인천을 빠져나갔다. 이런 현상이 매년 되풀이되다 보니 '인천 학력=꼴찌'라는 멍에를 짊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그리스 신화 속 시지프스가 받았던 끊이지 않는 형벌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이러한 탈 인천 현상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오히려 부천이나 김포 등 인접 도시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많은 우수 학생들이 인천으로 모여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인천은 부산보다 인구가 약 35만명 정도 적지만 학생 수는 오히려 인천이 부산보다 1500명 더 많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도시가 젊고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정작 인천 지역사회는 이 같은 사실들에 주목하지 않는다. 교육을 논할 때, 늘 디스카운트하듯 평가하기 일쑤다. 어긋난 평가와 비판 때문에 우리 인천의 학생들이 대학들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까봐 우려스럽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말 발표된 대입 수능성적 결과와 올 1월 발표된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의 합격자 분포 결과에 대해 언론의 지적과 격려가 있었다. 이 기사들을 보고, 인천 학력 바로 알기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첫째, 매년 10월 하순쯤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전년도 대입 수능시험 결과에 대한 상세 분석자료를 내놓는다.

그런데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수능시험이 한 달가량 연기됐고, 전년도 수능시험 분석자료도 두 달 늦게 보도됐다. 즉 지난해 12월 말의 발표 내용은 올해 대학에 입학하게 될 신입생들의 수능시험 결과가 아니라, 대학 2학년생으로 진급하는 학생들의 2년 전 결과임을 밝혀둔다. 발표 내용은 등급별 점유비율, 영역별 표준점수별 순위 등인데 인천은 전국 17개 시·도 중 과목별로 대략 8~11위에 해당된다.

'결과에 대한 순위'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어긋난 평가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서울, 경기 등 일부 시·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시·도는 순위만큼 내용상 큰 차이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수능 성적이 낮다고 인천 학력이 결코 낮은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올해 서울대와 10개 남짓한 주요 대학의 진학 결과는 17개 시·도 중에서 서울, 경기 등을 제외하면 인천이 매우 우수한 범주에 든다. 특히 여건이 비슷한 6대 광역시 중에서는 상위권에 위치한다.

둘째, 인천 학력이 꾸준히 해결해야 할 난제도 있다. 대학 입시 결과와 학교별 교육력을 살펴보면 여전히 학교 간 격차가 크다.

이에 학부모들의 걱정과 속앓이가 심하다. 학교 간 격차 줄이기에 대한 노력이 실천적 단계에서 추진돼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공부의 힘을 키우고,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하는지 학교 구성원들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다. 수시 전형 준비를 위해 수업의 변화, 교육과정 혁신, 진로진학 시스템의 새로운 구축이 필요하다. 수년 동안 인천 학력에 대한 시스템 변화와 노력 덕분에 좋은 결과를 가져왔지만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청과 학교는 당당한 자세로 교육 내용과 결과를 알리는 '인천 학력 바로 알리기'에 힘써 주길 당부한다.

 

/류석형 전 인천남부교육지원청 교육장